회사원 박모(38)씨는 지난 18일 저녁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아찔할 순간을 겪었다. 박씨는 “빠르게 뒤따라오던 자전거가 바로 옆을 지나가서 부딪힐 뻔했다”며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면 아마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닝 열풍’으로 한강공원을 뛰는 사람이 늘면서 자전거도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강공원을 비롯해 국내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자전거·보행자 겸용인데, 일부 자전거 운전자들이 권장 속도인 시속 20㎞를 지키지 않는 탓이다.
지난 23일 오후 9시에 뚝섬한강공원은 운동이나 산책을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자전거도로에선 과속 운전자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도로 위에 달린 인공지능(AI) 속도 감지기에는 시속 30㎞ 이상으로 찍히는 경우도 있었다. 손모(28)씨는 “자전거가 너무 쌩쌩 달려서 자전거전용도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자전거도로에는 ‘자전거 및 보행자 통행 구분’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겸용도로에서 자전거 및 개인형 이동장치(PM)와 보행자가 구분해 통행하도록 지시하는 표지다. 그러나 야간에 표지판은 잘 보이지 않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도로의 폭은 비좁았다. 뚝섬한강공원 자전거도로의 폭을 재보니 2.6~2.7m가량(양방향 기준)이었다. 행정안전부의 ‘자전거 이용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양방향 기준 3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에 못 미쳤다.
한강공원 자전거 사고는 매년 100건 안팎을 기록한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 자전거 사고는 2022년 107건, 2023년 117건, 2024년 98건 발생했다.
서울시는 2021년과 2022년 자전거도로의 일정 구간에서 시속 20㎞ 이내 주행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관계 부처에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자전거에는 속도 측정계가 없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가속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25일 “통행 구분 표지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게 하는 등 사고 방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