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아성으로 꼽히는 뉴욕시장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당내 신진 좌파 인사인 조란 맘다니(33) 뉴욕주의원이 ‘돌아온 정치 거물’ 앤드루 쿠오모(67) 전 뉴욕주지사를 물리쳤다.
맘다니 후보는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뉴욕시장 프라이머리 본투표에서 ‘진보적 경제 플랫폼’ 돌풍을 일으키며 쿠오모 전 지사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프라이머리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내 경선 후보들이 대결하는 선거다. 뉴욕시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후보가 11월 4일 치러지는 본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맘다니는 승리 소식을 확인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뉴욕을 더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만들겠다. 모든 뉴요커의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3선 주지사 출신으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다 패배한 쿠오모는 “맘다니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프라이머리 이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맘다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진보 인사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면서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내세운 무료 공영버스,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 무상보육, 도시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 등 진보적 공약들이 20, 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쿠오모는 전통적 선거 방법인 슈퍼팩(정치자금 후원단체)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 지지를 밝힌 것도 패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뉴욕 퀸즈에서 주의원에 당선된 맘다니는 우간다로 건너간 인도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인도계 무슬림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했고, 이를 기반으로 뉴욕시 공공주택 임대료 동결 등 서민층을 위한 주택 제공 공약을 내걸었다.
맘다니는 11월 뉴욕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현직인 에릭 애덤스 시장과 경쟁하게 된다. 애덤스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애덤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소가 취소됐고, 잇단 친트럼프 행보로 당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