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대표를 뽑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 등록은 내달 10일이지만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의원 간 양자 대결 양상이 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그런데 요즘 두 의원 모두 자신이 ‘찐명’(진짜 친이재명계)임을 부각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정 의원은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으로 이 대통령과 한몸처럼 행동하겠다”고 강조했고, 박 의원은 “검증된 이재명·박찬대 원팀이 앞으로도 원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의 대결이 친명 선명성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누가 더 친명인지를 놓고 물밑 비방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여당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정 의원이 2018년 이 대통령을 비판한 영상이 게시됐고, 정 의원이 ‘수박’(강성 당원들이 비이재명계를 부르는 멸칭) 중에서도 ‘왕수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의원이 “정청래 보고 수박이라고 하면 도대체 수박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당내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알려진 두 의원이 새삼스럽게 친명 적자임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나 그런 둘을 놓고 수박 논란이 벌어진 것 모두 이상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친명 중에서도 친명인 두 사람조차 강성층의 눈도장을 받으려고 여념이 없는데 이런 분위기에선 강성 친명계가 아니면 감히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당의 다양성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집권당 전당대회가 이런 식의 ‘찐명 감별대회’처럼 흘러가선 안 된다. 집권당은 정부와 당정 협의를 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국정 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다. 그런 당의 대표는 어느 특정 계파의 대리인으로 머물러선 안 되며 나라 전체,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 또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일 못지않게 국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대통령실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때로는 대통령이나 강성층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국론을 통합할 수 있고 야당과도 협상할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대통령에 대한 ‘충성 맹세’로만 선거를 치러 대표가 된다면 과연 그런 설득이나 견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여당 당권 도전자들은 이런 점들을 명심해 이제라도 ‘찐명 선거전’에서 벗어나 집권당 예비 대표로서의 국정 비전과 당 쇄신 방안, 정치 정상화 구상 등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