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여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의 실타래가 풀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공의 강경파로 불리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전격 사퇴에 이어 전공의들도 대화 모색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의정갈등을 풀 적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의료 정상화로 이어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겠다.
해결의 실마리는 박 전 위원장의 사퇴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의정 대화의 고비마다 어깃장을 놓으며 협상의 발목을 잡아 온 인물이다. 지난 3월 일부 의대생들이 1학기 등록을 검토하자 “팔 한쪽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는 거냐”며 내부 단속에 나섰고,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일던 지난 23일에는 “복귀 여부를 당장 결정할 필요 없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요 병원 대전협 대표들이 박 전 위원장의 소통 부족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 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단 체제가 무너지면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실제로 전공의와 의대생은 24일 저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현재 전공의 복귀율은 12.4%에 불과하고, 의대생의 수업 참여율은 34%에 그치고 있다. 내년 예과 1학년 수업을 24, 25, 26학년도 입학생이 한꺼번에 들어야 하는 ‘트리플링’도 예상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대한의사협회의 강경한 입장도 대화의 걸림돌이다. 16개월여 동안 계속된 의정갈등으로 환자와 국민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의료 공백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지긋지긋한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료 정상화의 결과물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