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유학생 ‘참여시킨’ 예배
지난 3월 인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스네하(28)씨는 매주 토요일, 카카오톡 메시지로 영문으로 된 주일 설교문을 받는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빌리교회의 김유준 담임목사 등 교역자가 예배 전에 스네하씨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최근 기자가 참석한 예배에서 스네하씨는 ‘바쁜 일, 중요한 일(Urgent tasks, important tasks)’이라는 제목의 설교문을 휴대전화에 미리 저장해왔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내용엔 형광펜을 칠하듯 ‘하이라이트’를 표시하며 설교에 집중했다. 그는 “이전에는 예배에 단순히 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참여하는 느낌이 더 든다”고 설명했다.
주일 예배에 15명 정도 모이는 작은 교회인 주빌리교회에서 스네하씨는 유일한 외국인이다. 그가 한국에 오기 전, 고향에서 알고 지낸 한국인 선교사가 김 목사를 소개했다. 덕분에 믿고 나올 수 있었다는 스네하씨는 “잘못된 모임에 나갈까 봐 걱정돼 교회에 가지 않고 혼자 신앙생활을 하는 유학생이 적지 않다”며 자신이 한국에 적응하는 데 교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예배 후 함께 식사하고 성경 공부하며 일상을 나누고 성도들끼리 동네 산책을 하는 소소한 주일 일상 덕분이라고 했다. “영어로 소통하는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저에게 사랑을 보내주는 것이 느껴져요.” 교회를 떠나는 스네하씨 손에는 70대 권사가 건넨 간식이 들려있었다.
서울 신촌 대학가에 있는 인터내셔널선교교회(IMC)에도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에게 소개받고 온 유학생 성도가 있다. 필리핀과 튀니지에서 22년간 선교하고 2019년 6월 IMC를 설립한 최철 목사는 유학생들의 입국부터 잠시 머물 곳까지 알아봐 주며 낯선 땅에서의 안착을 돕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유학생이 다니는 다른 지역 학교를 찾아가 한국어와 캘리그라피 수업을 하고 밥도 사 줬다. 그렇게 6개월을 보냈다는 최 목사는 “그렇게 만난 유학생 전부가 교회에 남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교회에 좋은 인상을 남겼으면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품은 유학생 중 한 명인 응우엔 킴탄(22)씨는 교회 주축인 선교사 자녀(MK)와 함께 선교 동역자로 성장 중이다. 지난 2월 케냐 단기 선교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낸 그는 현지 교역자에게 성경 교구로 나눠줄 인물 인형 수백개를 만들었다. 최 목사는 그가 워크샵 강의를 할 수 있도록 1대 1로 교육했다. 최 목사는 “주변에서 ‘나중에 선교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라면서 “유학생이기에 언젠가 다 떠나겠지만 하나님의 사람을 키워서 세상에 내보내는 우리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MK와 유학생의 엄마가 돼주는 아내, 성경 공부와 목양을 돕는 선교사 2명이 자비량으로 헌신하며 팀 사역을 하기에 가능하다”고 했다.
효율성 0인 사역?…“함께 걷는 겁니다”
부산의 대형교회인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에는 매 주일 11시 30분 13년째 이어진 일본어 예배부가 있다. 특이한 건 이 예배에 나오는 일본인 성도는 10명 남짓인데 함께 예배하는 한국인 성도가 그 세 배를 넘는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2년, 이후 2022년부터 현재까지 이 예배를 담임하는 김선주 선교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예배에 참여하는) 한국인 성도는 찬양팀인 청년부터 과거 일본에서 일하셨던 95세 어르신까지 구성이 다양하다”라며 “평신도 사역자라기보단 함께 예배드리는 예배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본어 예배부 회계·총무 등 임원진부터 통역·찬양팀, 주일학교·애찬·방송실·안내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왔다. 한 일본인 가정의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 예배와 모임 때 아이 돌봄을 해주는 이도 있다. 이들 대다수는 일본어 예배를 시작한 2012년부터 함께해 왔다. 그중 한 명인 김지숙 권사는 “모두가 일본 선교를 위해 한마음으로 모였다. 헌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응당 할 일이라는 마음이라 예배를 드릴 때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일본어 예배부는 호산나교회 내 기도 모임에서 시작됐다. 일본인 성도가 없을 때부터 일본 선교의 중요성을 느낀 교회는 예산을 편성하고 일본인 선교사를 청빙했다. 성도보다 예배가 먼저 준비돼 있었던 것이다. 김 선교사는 “일본인 성도들이 드러내놓고 표현하진 않지만 함께 예배드림을 좋아하고 감사해하는 게 느껴진다”며 “세상의 효율로 따지자면 가성비 낮은 사역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적을 떠나 모두가 일본 선교의 중보자로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호산나교회는 일본어 예배부를 통해 단기 선교, 비크리스천 일본인 가정과 교류, 일본 교회와의 선교 교류 등을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선교일본어교실을 개최해 일본 선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독려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일본어 예배부가 일본과 한국 교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면서 “한국인과 일본인 성도가 한데 어우러져 예배를 드리는 것이 그 작은 씨앗이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다문화 2세 품는 교회 “가족으로”
지난 22일 오전 10시 경기도 포천의 한 상가건물 3층에 있는 ‘포천하랑센터’에 베트남 몽골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 10개국에서 온 이주민 가정의 2세인 청소년 성도 30여명이 주일 예배를 위해 모였다. 이날은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서빙고 캠퍼스에서 찾아와 허광희 목사 인도 ‘예배 큐티 세미나’를 했다. 찬양은 하랑센터 학생회가 인도하고, 예배 후엔 사역팀이 준비해온 수박과 참외를 나누며 조별 큐티 나눔을 했다.
유치부부터 대학생까지 한데 어울려 예배하는 이 공간은 평일 이주민 가정 청소년들의 사랑방이다. 탁구를 치고 수다를 떨며 쉬기도 하고, 시험 기간엔 스터디 카페처럼 꾸며진 공부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한다.
센터장인 박승호 목사는 “처음 6명의 아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60명이 센터에 들락날락한다”며 “이주민이 실제 살아가는 지역에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려 한다”고 했다. 하랑센터는 온누리교회 교인들이 포천 지역아동센터로 봉사온 것을 계기로 2022년 이곳에 사역자를 파송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이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매년 겨울 서울 사당동과 봉천동의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을 찾아가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도 봉사도 계획 중이다. 미용 제과제빵 요리 등 관심 분야에 맞는 전문가와의 연결, 대학 입시 지원도 제공한 덕에 지금까지 센터 졸업생 중 4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2명은 취업했다.
박 목사는 아이들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식사도 챙기고 있다. 센터에 나오는 한 아이의 휴대전화에 박 목사와 사모가 ‘아빠’ ‘엄마’로 저장돼 있다. 연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내년엔 꼭 하고 싶은 13가지’를 정해 프로그램도 기획한다. 한강에서 치킨 먹기, 파자마 파티 등이 그 예다. 박 목사는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 가정, 불법체류자 가정까지 품을 수 있는 공동체는 교회밖에 없다”면서 “아이들의 관리자가 아닌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 사랑과 신뢰 안에서 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포천=글·사진 김수연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