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 위원장 출신 고용부 장관
친노조·반기업 정책 우려돼
1조9000억 AI 추경 예산도
원전 예산 0원에 의구심 생겨
진보정당 지도자 머물지 말고
대한민국 미래 보는 대통령되길
친노조·반기업 정책 우려돼
1조9000억 AI 추경 예산도
원전 예산 0원에 의구심 생겨
진보정당 지도자 머물지 말고
대한민국 미래 보는 대통령되길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한 추경 예산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자 하는 지원금이 내수 진작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정부의 재정적 부담만 키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또한 부채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부채 탕감에 대한 형평성 논쟁도 뜨겁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보수층은 새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접하면서 여전히 반시장적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의 시선으로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용노동부 장관에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지명하고 후보자에게 노란봉투법, 주4.5일제 확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근로자 추정제 도입 등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하자 보수층에서는 ‘역시 이재명 답다’라는 의견과 함께 친노조·반기업 정책들이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해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이념을 초월한 실용과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고, 취임식을 마친 후 야당 대표를 오찬에 초대하면서 대화 정치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지만, 오히려 보수층은 대통령이 발톱을 내미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취임 초기의 국정 동력을 기반으로 속도감을 가지고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의욕으로 인해 백화점 열거식 정책들을 서둘러 추진하다 보면 정책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충된 정책 간의 충돌로 인해 정책 실효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조급함으로 단기적 성과에 얽매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동력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산업 구조를 개편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고자 AI 전문가들을 대통령실과 내각에 중용하고 1조9000억원의 AI 관련 추경 예산을 편성했지만 정작 살펴보면 제대로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1조1000억원 이상 편성됐지만 원전 관련 예산은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은 AI 시대를 견인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전기 공급의 유일한 대안이다. 그래서 주요국들은 원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야당 지도자로서 접하는 정보와 대통령으로서 접하는 정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띠라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도 달라질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진보 정당 대선 후보로서 지지층의 표를 얻기 위해 내건 공약을 때로는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이재명 답지 않은’ 이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굴곡 많은 인생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이 대통령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쌓인 자신의 지식이 진리라는 자만심만 버리면 말이다.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재임 기간 중에는 진보와 보수 어느 진영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결국 탄핵소추되는 지경까지 이른다.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무현다움’을 잃었다는 소리를 들으며 지지 세력이었던 진보층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보험료율 인상과 수령액 축소를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의 구조 개혁, 보편 복지가 아닌 선별 복지를 원칙으로 하는 복지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치고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공기업 민영화, 수도권 공장 총량제 완화, 산업단지 개발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해고 조건 완화 및 절차 간소화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현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주어진 틀을 깨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진정성이 이유다. 대통령을 꿈꾸는 진보 정당 지도자로서의 이재명다움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선시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이재명다움을 기대해 본다. 그래서 보수층의 예상을 보란듯 깨트리는 국정 운영을 기대해 본다. 이 대통령이 조급함 때문에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그리고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충분히 인내해 줄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