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은 백해무익하다.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을 야기시킨다. 접경지역 주민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다수의 탈북자들은 전단에 의한 정보전달 효과가 크지 않다고 증언한다. 북한 주민에게 알권리 보장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방적인 체제 비난과 모욕을 담은 전단은 북한 주민의 대남 동경에 역효과만 난다는 증언도 있다. 2020년 미국 민주주의 재단(NED) 칼 거쉬만 회장도 대북 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1000만대의 휴대전화가 보급되고 400여개의 장마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조잡한 대북 전단은 비웃음거리일 수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 운운하면서 112만명의 접경지역 우리 국민의 인권 무시는 모순이다. 경기도 파주 통일촌 주민들은 2020년 8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제출한 진정서에서 ‘전단 살포로 인해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생들은 등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 당국의 즉각적 반발을 ‘효과’로 해석하는 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몰이해다. 북한은 존엄 모독과 체제 훼손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2014년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믹영화 ‘더 인터뷰’를 제작한 미국 소니픽처사를 해킹해 전산을 마비시켰다. 영화를 북한 주민이 볼 수 없음에도 전산을 초토화한 것은 북한 체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약속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남측에서 대북 전단을 중단하면 자신들도 대남 오물풍선을 보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1주일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지됐다. 북한도 즉각적으로 대남 괴음방송 중지로 호응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개 국가로 규정한 후 이 대통령의 당선을 발 빠르게 보도하고 대남 괴음방송 중지로 호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남북관계 복원의 조그마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우리 접경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너무 밝다. ‘간만에 숙면을 취했다’ ‘대통령이 바뀌니 한반도 평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반응이다.
신임 통일부 차관과 장관 후보자의 전단 단체와의 소통은 시의적절하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민간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의도가 대북용인지 대내용인지 불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전단 살포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접경지역 주민이라고 생각해 보라. 자신들의 자녀들이 경계선을 지키는 군인들이라고 생각해 보라. 설령 대북 메시지에 있다고 하더라도 방법을 바꿔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살포행위의 ‘방치’가 아니라 적절한 ‘통제’를 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전신고와 금지통고’의 입법적 보완까지 제시했다. 민간단체와 정부, 국회까지 망라해 재발 방지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