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 금강산 비로봉에서 향로봉까지 백두대간이 한눈에…

입력 2025-06-26 00:03
강원도 인제군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 탐방 지점인 1052고지에서 본 도솔지맥. 오른쪽부터 매봉~가칠봉~대우산~도솔산~대암산이 이어진다.

인천 강화군에서 경기도를 거쳐 강원도 고성군까지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11개 코스 ‘평화의 길’ 524㎞가 열렸다. 이 가운데 강원도 인제군 테마노선은 가전리 습지, 36통문, 37통문, 을지하늘길, 1052고지(옛 1031고지) 등을 포함한다.

인제 평화의 길 출발점은 서화면 서화리 ‘피스 빌리지’다. 서화면은 6·25 전쟁 전까지 이북에 속해 있었다. 인근에서 가장 큰 오일장이 열릴 정도로 번화했다. 옛 동네 주민 중에는 금강산에서 놀다 온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한다. 휴전 이후에는 접경지역으로서 발전에서 소외됐다. 전쟁의 폐허로 남은 땅은 ‘DMZ 평화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인의 발길을 허락했다.

서화리는 내금강에서 발원한 인북천이 흘러내리고, 해금강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는 남강이 발원하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들어가 북쪽으로 가면 1052고지를 만난다. 북한에서 넘어온 백두대간이 남한에서 처음 만나는 봉우리다. 그 아래 백두대간과 군사분계선이 만나는 지점에 삼재령이라는 고개가 있다. 이 고개 서쪽은 내금강이고 동쪽은 외금강이다.

인제 DMZ 평화의 길 테마구노선 전체 탐방거리는 왕복 46㎞다. 45㎞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두 발로 걷는 구간은 1㎞다. 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직접 안내하고 진행한다. 마을이 운영하는 승합차를 타고 대곡리 초소를 지나 굽이굽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성재 인근을 지난다. 고성재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북으로 흐르다가 금강산에서 내려오는 남강을 만나 외금강을 거쳐 동해로 빠진다.

‘을지삼거리’에 있는 을지로 표지석.

출발한 지 50여 분 만에 남방한계선 바로 앞 ‘을지삼거리’에 닿는다. 을지부대 이름에서 따서 붙인 ‘을지로’에 있다. 이곳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1㎞ 구간을 도보로 이동한다. 이후 다시 차를 타고 1052고지에 오른다. 고지의 이름은 해발고도 1052m에서 따왔다.

이곳에서 DMZ, 북한의 무산(1319m), 무산 주변 미수복지역인 이포리와 장승리, 금강산 등을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국사봉, 호롱봉, 백마봉, 차일봉, 비로봉, 장군봉, 채하봉, 소반덕, 구전선암 등 금강산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외금강 능선에는 낙타봉 등 기암괴석도 선명하다.

금강산을 뒤로하고 남진하는 백두대간이 약 20㎞ 거리인 매자봉(1144m)에 이르면 방향을 남동으로 틀어 향로봉(1287m)으로 향한다. 매자봉에서 백두대간을 벗어나 정남으로 가지 치는 능선이 도솔지맥이다. 도솔산(1148m)~대암산(1304m)~봉화산(875m)~사명산(1198.6m)으로 이어진다. 멀리 능선 앞으로 을지전망대와 펀치볼 일부가 시야에 잡힌다.

1052고지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금강산을 보는 탐방객.

매자봉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무산을 지나 1052고지에서 남한에 바통을 넘겨준다. 정상에 뾰족한 구조물을 지닌 곳이 무산이다. 무산 앞쪽 건물이 들어서 있는 곳은 854고지다. 6·25전쟁 막바지에 을지부대 장병들이 북한군 2개 대대를 전멸시키고 확보한 고지다. 전공을 기념하는 전적비는 1967년 8월 15일 1052고지 정상에 세워져 있다. 854고지는 DMZ 내에 있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여서 대신 1052고지에 들어섰다.

6·25전쟁 당시 854고지 전공을 기념하는 전적비.

무산 왼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인북천이다. 매자봉에서 발원해 북한 이포리, 장승리를 거쳐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가전리로 흘러든다. 가전리는 6·25전쟁 이전 300여 가구가 농사를 짓던 곳이었으나 휴전 이후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이 됐다. 사람의 직접적 간섭이 사라지면서 논 등은 습지로 변했다. 서화면을 지난 인북천은 설악산의 북천과 합류하고, 인제 내린천과 몸을 섞어 소양강으로 흐른다.

DMZ 주변에는 평화누리길 자전거길도 달린다. 인제 평화누리길은 서화리(양구 경계)부터 북면 용대리 미시령 정상까지 약 64.5㎞ 구간 트레킹 코스와 자전거길이다. 서화길은 양구전쟁기념관부터 인제군 북면 원통교까지 이어진다. 천도리 월학리 등 고즈넉한 오솔길과 농로를 따라 옛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서화면에는 DMZ의 생태환경 등을 소개하고 지구촌에 평화와 생명 사상을 전하기 위한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 있다. 12만 4120㎡에 전시관과 교육관, 명상관 등의 교육시설과 함께 오행동산, 야외공연을 위한 풍류마당 등이 조성돼 있다. 2018년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DMZ 내 GP(감시초소)를 철거 당시 잔해물로 만든 ‘평화의 나무’도 설치돼 있다. 작업에 참여했던 군인의 군번줄 등이 매달려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DMZ 내 GP 철거 잔해물로 설치한 한국DMZ평화생명동산 '평화의 나무'. 작업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군번줄 등이 매달려 있다.

여행메모
수·목·금·토·일요일 하루 두 차례 운영… 만 7세 이상 참가·신분증 필수

DMZ 평화의 길 탐방에는 만 7세 이상 참가할 수 있으며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이나 가족관계증명서(미성년자)를 지참해야 한다.

인제 구간은 오는 11월 30일까지 매주 수·목·금·토·일요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 두 차례 운영된다. 수·목요일 일정은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사이트 평화의 길 홈페이지(www.durunubi.kr/dmz-main.do)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금·토·일요일은 설악금강서화마을(033-463-7077)이 자체 운영한다. 7월과 8월에는 임시 중단한다. 6월 말까지 일정은 이미 마감돼 9월에나 참가할 수 있다.

한번 탐방하는 인원은 최대 20명이다. 3명 이하면 자동 취소된다. 참가비는 1만원. 모이는 장소는 인제군 서화면 금강로 1801-1 '피스빌리지'다. 안쪽 끝에 방문자센터가 있다.

본인 확인을 거쳐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맡긴 뒤 등번호가 적힌 조끼를 받고 간단한 영상 시청 후 출발한다. 마을 주민 해설사가 동행하며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탐방이 끝나면 설문조사, 장비 반납 등을 거친다. 주요 지점에서 마을 주민이 찍은 사진은 ㈔설악금강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