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업에 종사하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한 이들이 8000명대로 떨어졌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만명을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은퇴 전후 5060 세대의 귀농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면 도시를 떠나 농어촌으로 이주한 귀촌인은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농어촌으로 이주하더라도 농사를 짓지 않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4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신규 귀농인 수는 8403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년(1만540명)보다 20.3% 줄었다. 귀어인도 전년(750명)보다 22.0% 줄어든 585명을 기록했다.
이중 귀농인 감소 폭은 역대 최대였다. 연령별로는 50·60대 귀농인이 크게 줄었다. 전 연령대에서 귀농인이 줄었지만 50대(27% 감소)와 60대(19% 감소)에서 유독 감소 폭이 컸다. 그 결과 귀농인 중 청년층 비중이 커졌다. 전체 귀농인 중 30대 이하 청년 비중은 10.8%에서 13.1%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귀농인 평균 연령도 55.6세로 전년(56.2세)보다 0.6세 어려졌다.
이 같은 변화는 도시 내 고령 일자리가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대표적으로 노인 공공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초고령사회 대응 차원에서 올해 공공 노인 일자리 수를 109만80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노인 일자리 수는 2023년 88만3000개, 2024년 103만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5060 귀농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고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구성비가 늘고 있다”며 “5060 유입 인구가 줄어든 데에는 고령 취업자가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증가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 축소 영향도 있다. 귀농 12년 차인 정용준(54) 완주귀농귀촌지원센터장은 “2023년 이후로 귀농·귀촌 유치지원 사업이 일몰하면서 매년 4억씩 받던 지원금이 사라졌다”며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 보니 은퇴 후 진로로 귀농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5년 이내에 귀농어·귀촌한 사람 중 도시로 재이주한 귀농인은 2202명, 귀어인은 180명, 귀촌인은 19만525명이었다. 재이주한 귀촌인 중에선 1년차 비중이 36.6%로 가장 높았다. 귀촌인 3분의 1 정도가 이주 첫해에 다시 도시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이에 비해 농어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농어촌을 찾은 귀촌 가구는 전년 대비 1만2217가구(4.0%) 늘었다. 2022년(-12.3%)과 2023년(-3.9%)에는 귀촌 가구가 2년 연속 줄었다. 귀촌 전입 사유는 직업(10만2047가구·32%), 주택(8만4907가구·26.6%), 가족(7만7210가구·24.2%) 등이었다. 자연환경을 이유로 귀촌한 가구는 4.6%에 그쳤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