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돌파 네타냐후, 존립 위기 하메네이… 지도자들 희비

입력 2025-06-24 18:44 수정 2025-06-25 00:12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두 지도자는 ‘12일 전쟁’을 겪으며 정치적 입지가 크게 변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휴전 합의로 봉합 국면에 들어갔지만 양국 지도자의 희비는 엇갈렸다. 이란 핵시설을 타격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까지 돌파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대 승자로 평가되는 반면, 이란에서 36년간 최고지도자로 집권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체제 존속마저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3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정치적 생명을 연장했다”며 “이란 핵시설 공습은 2022년 사법부 장악과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로 네타냐후 정권에 반대해온 이스라엘 내 진영의 분열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에서 진영을 막론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이란 핵 무력화’에 미국까지 끌어들인 네타냐후가 ‘12일 전쟁’을 계기로 비판 여론을 반전시켰다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정적인 제1야당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도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뒤에는 “네타냐후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데 어떤 문제도 없다. 네타냐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공이며 자유세계 모두의 성공”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네타냐후의 입지는 지난달만 해도 지금과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백악관을 가장 먼저 찾아온 네타냐후와 가자지구 전쟁 종식 방식을 놓고 엇박자를 냈다. 트럼프가 지난달 중동 3개국 순방 때 이스라엘에 들르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가자 일부러 네타냐후를 ‘패싱’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는 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를 징집하는 법안으로 연정 붕괴와 실각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지난 13일 이란 전역을 공습해 군 수뇌부와 핵과학자들을 제거한 뒤부터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반전됐다.

반면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입지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과의 짧은 전쟁 기간에도 암살을 걱정했던 하메네이는 휴전 이후에는 체제 존립을 걱정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메네이는 1989년 최고지도자직을 물려받아 신정일치 체제를 공고히 했다.

86세로 고령인 하메네이가 건강 악화나 암살 등으로 사망하는 급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2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