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HBM 하나… SK하이닉스 시총 첫 200조 돌파

입력 2025-06-25 00:15
게티이미지뱅크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24일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선두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미국이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7.32% 오른 2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202조7486억원으로 불었다. 올해에만 78조1146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코스피 시총 대장주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연초 194조1523억원에서 155조3994억원으로 축소됐다. 올해 삼성전자는 13.30% 오르는 데 그쳐 코스피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2조원 넘게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 20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가 목표가를 36만원으로 제시하며 매수세가 더 강해졌다. 맥쿼리는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시장 수요보다 부족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4의 경우 HBM3E에 비해 가격이 40%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2027년에는 SK하이닉스가 90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36만원에 도달하면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262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날 시총 200조원 돌파는 회사가 세운 목표치보다 더 빠른 속도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열린 ‘CES 2024’에서 “기술을 잘 준비하고 개발하고, 제품도 잘 준비하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재무 건전성도 훨씬 더 높이면 현재 100조원 정도인 시가총액이 더 나은 모습으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 3년 정도 이내에 도전해 볼 만한 목표치가 200조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했고 HBM 선두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에 HBM 5세대인 HBM3E를 공급 중이고 올해 예정된 물량을 모두 판 상태다.

증권가는 올해 2분기 실적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최근 1개월 보고서를 낸 증권사 6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은 8조96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8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22.45% 증가한 20조1108억원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번 잡은 AI 제품 리더십은 쉽게 꺾이기 어렵다. 기술 리더십 기반으로 주요 거래선과 협업도 강화돼 HBM4에서도 선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