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내 도망쳐라” 이란 흔든 협박전화

입력 2025-06-24 18:45

“12시간 안에 아내, 아이와 함께 도망쳐라. 그렇지 않으면 제거 명단에 오를 것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을 공습한 직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장성은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이스라엘 정보 당국 요원은 언제든지 그와 가족을 향해 무기를 겨눌 수 있다며 “우리는 당신의 목덜미보다 더 가까이 있다”고 위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이 공습 직후 이란 정권 핵심부를 분열시키려 이 같은 비밀작전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 고위 인사들을 협박하면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을 계속 지지하면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전했다. 이스라엘 요원들은 전화와 편지 등을 통해 이란 고위급 20여명에게 협박 메시지를 전달했다.

WP가 입수한 4분가량 녹음 파일에 따르면 이스라엘 요원은 IRGC 장성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두 시간 전 살라미, 바게리, 샴카니(공습으로 제거한 군 수뇌부)를 지옥으로 보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시간 안에 이란 정권과 선을 긋는 영상 메시지를 제작해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 장성이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묻자 요원은 “텔레그램 아이디를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WP는 “이 장성이 실제 영상을 찍어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란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작전은 이스라엘이 제거한 인사들 후임을 겨냥한 공포심 유발 작전이었다. 이스라엘 당국 관계자는 “2선급 인사들이 공포에 질려 있다. 하메네이가 후임 관료 지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