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K리그에 외국인 골키퍼가 돌아올 전망이다. 현장에선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변화라며 반기면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4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내년부터 K리그 대회 요강에 골키퍼는 국내 선수여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된다. K리그1과 K리그2 모두 해당한다. 1999년 외국인 골키퍼의 등록을 완전히 금지한 이후 27년 만의 변화다.
과거 1990년대 중반 신의손(사리체프)을 필두로 대다수 구단이 외국인 골키퍼를 주전으로 기용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국내 골키퍼들이 고사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자 결단이 내려졌다. 1996년부터 외국인 골키퍼의 출전 경기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신의손은 2000년 한국에 귀화해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토종 골키퍼 보호 차원에서 시작된 규정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상황이 반전된 모양새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의 몸값이 필드 플레이어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현장에선 “골키퍼는 조금만 뛰어도 몸값이 올라간다”며 현실적인 부담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이 같은 제한이 외국인 쿼터를 확대하는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K리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국인 골키퍼 영입 문호를 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맹은 규정 도입 당시 8개에 불과하던 구단 수가 배 넘게 늘어난 만큼 외국인 골키퍼가 허용돼도 국내 골키퍼의 출장 기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골키퍼들도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우려는 크다. 한 K리그1 구단 관계자는 “갑자기 규정을 푼 데 대한 당위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이 규정 덕분에 국내 골키퍼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고 오히려 해외에 진출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경쟁력 차원에서는 옳은 방법이 아닐 수 있지만 혜택과 보호를 받으면서 골키퍼 자원이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장 골문을 외국인 선수에 맡길 팀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필드에서 뛸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자리가 하나 없어지게 돼서다. 외국인 공격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감독들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지난 21일 “필요한 팀은 뽑지 않겠냐”면서도 “외국인 쿼터 관련 얘기는 없다 보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 부분도 개선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골키퍼 영입에 드는 비용 역시 큰 걸림돌이다. 한 K리그2 구단 관계자는 “선수를 영입할 만한 예산이 잡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라며 “1부에서는 충분히 외국인 골키퍼를 영입해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겠지만 시민 구단이 대다수인 2부에서는 현실적으로 큰 변화가 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