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에 치이는 취준생들… 상반기 신입채용 고작 2.6%

입력 2025-06-25 00:15
연합뉴스TV 제공

대기업 A사는 올 상반기 생산기술직 채용 공고를 내며 ‘경력 기반 신입’ 전형을 새로 만들었다. 신입 직원을 뽑는 데 5년 미만의 경력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사측은 공고에서 ‘경력을 보유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인턴 체험 과정 없이 입사할 수 있는 채용 전형을 별도로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중소기업 경력자가 대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와 “대놓고 중고 신입을 뽑겠다는 말”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취업 시장에서 기업의 ‘경력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공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 내용을 보면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 14만4181건 가운데 신입 채용 사례는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경력 채용 공고가 82.0%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신입 또는 경력을 원하는 공고는 15.4%로 집계됐다. 취업준비생 B씨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는 대부분 경력만 모집하고 있다”며 “취업이 간절하다보니 1년 정도의 경력을 제시한 곳은 경력이 없어도 일단 지원서를 넣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상의가 대졸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53.9%가 취업 진입장벽으로 ‘경력 중심 채용’을 지목했다. ‘인사적체로 신규채용 여력의 감소’라는 응답은 33.5%, ‘인공지능(AI) 등 자동화로 인한 고용 규모 축소’ 응답은 26.5%였다. 대학 재학 중에 직무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답변도 53.2%로 절반을 넘었다.

구직자와 구인기업의 ‘연봉 미스매치’도 문제다. 상반기 대졸 청년 구직자의 희망 연봉 수준은 평균 4023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입을 원하는 구인기업 채용공고상 평균 연봉은 3708만원에 그쳤다.

구직 어려움에도 더 큰 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청년들의 선호는 여전했다. 청년 구직자의 62.2%는 중견기업(33.8%)과 대기업(28.4%)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취업 희망은 11.4%, 벤처 스타트업 희망은 3.5%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실전에 바로 투입할 인력을 원하는 만큼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일경험사업’ 등 직무 기반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인턴 확대, 학점 인정 연계형 현장실습 확대, 직무 기반 실무훈련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등을 통해 재학 중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