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박단 사퇴… 전공의·의대생 복귀 가능성 커져

입력 2025-06-25 02:12
사진=윤웅 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수업 거부 등 강경 투쟁을 주도했던 박단(사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강경파가 퇴장하고 온건파가 협상 테이블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년4개월을 끌어온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24일 전국 수련병원 대표들로 구성된 대의원회에 보낸 공지문을 통해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지난 1년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겨드렸다”며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대전협 비대위원장직은 물론이고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직도 내려놓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온건파 전공의들이 새 정부 출범 뒤에도 거친 언사를 이어가며 대화에 미온적이었던 박 비대위원장을 몰아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전공의대표가 이날 대전협 총회 개최를 안내하며 내놓은 입장문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 등은 공개적으로 박 비대위원장을 힐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박단 비대위원장은) 대화 주체들로 하여금 전공의들과 의사소통을 어렵게 해왔다. 중립성을 잃은 글들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심화시켰다”며 “공개적 비판과 책임 전가로는 건설적 대화 환경 조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까지도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다”며 의대생·전공의 복귀 요구를 일축했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먼저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 등은 2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대전협 새 지도부를 구성키로 했다.

또 그간 대전협이 고집했던 7대 요구안을 3가지로 압축했다. ‘윤석열정부의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의 의사 비율 확대’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이다. 기존 ‘정부의 공식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뺐다. 조건을 최소화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3대 요구안은 저마다 입장이 다른 전공의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라며 “전원 복귀하라고 할 순 없지만, 수용된다면 설득할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복귀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의대생들의 2학기 수업 참여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의대생 상당수는 전공의 단체 눈치를 살폈는데 전공의들이 대거 돌아오면 의대생들도 투쟁을 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