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일정으로 어제 시작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검증보다는 재산 증감 문제와 자녀 유학 등 개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주를 이뤘다. 김 후보자가 새 정부 출범의 상징적 인물이어서 무조건 낙마시키려는 국민의힘과 뭐든 감싸려고만 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충돌한 것이다. 청문회를 해보고 적격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게 순서일 텐데 시작 전부터 여당 지도부는 적격, 야당 지도부는 부적격으로 미리 규정해 놓고 청문회를 하다 보니 청문회가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볼썽사나웠다. 여야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 금전 문제와 아들의 미국 유학 자금 출처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고, “조용히 해” “미친 것 아냐”라고 반말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 가족 관련 의혹 등을 제기하는 데 열중했고, 여당은 김 후보자를 방어하거나 후보자와 별 상관없는 검찰 등을 비판하느라 분주했다. 후보자 측의 부실한 자료 제출과 증인이나 참고인이 한 명도 없는 가운데 진행된 것도 맥빠진 청문회가 된 이유다. 여야가 엉뚱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정부 인사나 김 후보자 전처 등을 증인·참고인으로 요구하며 다투다 출석 요구 시한이 지난 탓이다. 25일 이틀째 청문회에선 여야 모두 보다 진지한 자세로 임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구상에 대한 심도 있는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제 내정된 11명의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앞으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청문회 때마다 어제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선 안 된다. 정쟁이나 공방만 벌이는 청문회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청문회 무용론만 키울 뿐이다. 앞으로는 후보자의 개인사나 과거 문제에 치우치기보다는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부처 운영 능력 등에 집중해 청문회를 진행하기 바란다. 정부 부처나 후보자들 역시 충실한 자료 제출과 성의 있는 답변 태도가 요구된다. 야당의 공격 일변도 청문 태도와 여당과 후보자의 뭉개기 전략이 더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불안한 국제정세 등에 제때 대응하려면 후보자 인준도 가급적 일찍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중대한 부적격 사유가 있는 후보자는 여권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지명을 철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후보자의 경우 야당이 대승적 자세로 빨리 인준해주면 좋을 것이다. 여야가 청문회에서부터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협치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