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발발한 지 오늘로 꼭 75년이 됐다. 참혹한 전장에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이들의 헌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현충일 추념사에서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을 말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재차 강조했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의 보상과 예우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대목이다. 아무리 보상해도 충분할 리 없는 희생이었다. 국가유공자 처우를 면밀히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채워가야 한다.
순국선열에 대한 최고의 보훈은 국가 안보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대 위협인 북핵을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제어해 왔다. 한·미 동맹은 6·25전쟁 이후 긴 세월 결속을 다져왔지만, 최근 들어 그 억지력에 까다로운 변수가 점증하고 있다. 이란 사태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반도 안보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①미국이 직접 핵시설 폭격에 나선 것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무력 개입에 회의적이던 기조에서 벗어나 ‘힘에 의한 평화’를 다시 우선순위에 올렸음을 뜻한다. ②한창 협상을 진행하다 돌변해 폭탄을 퍼붓고, 또 갑자기 휴전을 밀어붙인 과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 기질, 극과 극을 오가는 가변성이 그대로 투영돼 있었다. ③분명히 북한에 영향을 미칠 이 사태가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지, 핵무장을 더욱 추동할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을 제어하고 비핵화를 추진하려면 먼저 미국의 대북 정책을 우리 안보에 부합토록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방부와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며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크게 흔들린 군의 개혁 등 과제가 산적했지만,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이란 사태에서 나타난 이스라엘의 대미 외교 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들은 이란 핵 제거라는 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고립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 결정을 끌어낸 이스라엘의 방식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대미 외교의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