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으로 물품 사고 사비로 운영비 쓰는 특검

입력 2025-06-24 18:49 수정 2025-06-25 00:22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물 오른편에 채해병 의혹 사건을 맡은 특검팀이 입주할 서초한샘빌딩이 있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24일 “이번 주까지는 (사무실 내부) 공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이 예비비를 받지 못해 사비를 쓰거나 외상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특검 예산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예비비에서 지출되는데, 이르면 내달 초 지급될 전망이다.

한 특검팀 관계자는 24일 “아직 예산 요구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외상으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비용 지출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구성원 개인 카드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 개인돈으로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고검 청사에 자리 잡은 내란 특검과 달리 김건희 특검과 채해병 특검은 사무실 선정 과정에서부터 예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당장 예산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보증금이나 월세 등 목돈이 들어가는 일로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산요구안 편성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는 특검 인력 구성이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우선 예산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한다. 컴퓨터 책상 등 비품 비용도 사람 수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특검 관계자는 “세밀한 명세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3대 특검의 지원단장들은 예산요구안 편성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검이 법무부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예산요구안을 올리고,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면 예비비가 지급된다. 특검 예비비는 내달 초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 안건에는 특검 예비비 지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각 특검팀은 수사팀 구성을 마무리하고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검토 단계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대검찰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련 사건 이첩을 요청했다. 민중기 특검은 “이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리 검토를 하면서 어떻게 수사할지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해병 특검을 맡은 이명현 특검은 “이번 주까지는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록은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특검의 서초동 사무실에는 군검사들이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무실 입주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르면 내달 초 광화문 인근 KT광화문웨스트빌딩 13층에 입주한다. 지난 23일부터 사무실 칸막이 공사를 진행했고, 보안 강화를 위해 도청장치 탐지 작업도 할 계획이다. 채해병 특검팀은 서초동 서초한샘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서현 박장군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