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는 현직 총리인데도
기소돼 5년째 재판받는 중
하마스,헤즈볼라,이란전쟁도
재판 중단 못 시켜
네타냐후는 사법부 권한 축소
시도했지만 대법원 무효 판결
이 대통령 재판 모두 중단한
법원은 사법부 독립 의지 있나
기소돼 5년째 재판받는 중
하마스,헤즈볼라,이란전쟁도
재판 중단 못 시켜
네타냐후는 사법부 권한 축소
시도했지만 대법원 무효 판결
이 대통령 재판 모두 중단한
법원은 사법부 독립 의지 있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년째 자국 법정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검찰은 2019년 11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현직 총리 신분임을 감안해 네타냐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지만, 다른 특혜는 베풀지 않았다. 현직 총리를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건 이스라엘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러나 해서는 안 될 일도 아니다. 성문헌법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 기본법에는 현직 총리의 소추와 재판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2020년 5월 시작된 재판은 140명이 넘는 증인이 출석하는 등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5년이 넘도록 1심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현직 총리를 상대로 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원은 기소된 이후에만 세 차례 실시된 총선을 통해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 네타냐후에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 2023년 10월 시작된 하마스 전쟁도, 2024년 9월 발발한 헤즈볼라 전쟁도, 2025년 6월 이란 전쟁도 재판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지휘하는 자신에 대한 재판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국가안보와 재판은 별개’라며 재판을 강행했다.
분개한 네타냐후는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에스테르 하유트 대법원장이 정년퇴직한 지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는 것도 네타냐후의 보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3월에는 바라하브 미아라 검찰총장을 경질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분풀이는 여론을 악화시켰고, 사법부의 반발을 불렀다. 대법원은 사법부의 정부 견제를 제한하는 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미아라 검찰총장은 해임에 불복하는 청문 절차를 밟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는 동안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추락했고 사임 압력은 높아졌다.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가 활로를 찾은 것은 이란 전쟁이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군의 기습적인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양측이 열흘 만에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급반등이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숙적 이란을 혼내준 지도자 네타냐후에 열광했다. 네타냐후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란 공습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83%에 달하는 압도적인 전쟁 지지 여론에 묻혔다.
이대로라면 네타냐후는 내년 10월 총선에서도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의 운명을 쥐고 있는 법원은 네타냐후의 통제를 거부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스스로 ‘이스라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법원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눈치다. 네타냐후는 자신에 대한 직접 심문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거의 매주 2차례씩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선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재판을 중단했다. 지난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이 ‘추후 지정’ 형식으로 재판을 무기한 연기하자, 다른 재판부도 줄줄이 그 결정을 따랐다. 위증교사 사건도, 대북송금 사건도, 대장동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 임기 중에는 어떤 재판도 열리지 않을 것 같다.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재판은 진행돼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법원의 결정은 달랐다.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84조에서 소추를 어디까지 해석할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종적인 법령 해석은 법원의 몫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선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뒤로 빠졌다.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하던 기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금 국회에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안과 대법관 증원안, 법원 판결의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법안 등 사법부를 옥죄는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대법원이 위축될 만도 하다. 그러나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사법부 독립은 요원하다.
사법부 독립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사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바람보다 먼저 눕는 사법부’라는 오명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