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달 들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빅리그 성장통을 겪고 있다. 상대 투수들은 시즌 초 화끈한 타격을 펼쳤던 이정후를 분석한 뒤 집중 공략에 나서고 있다. 타격 부진에 마음이 조급해진 이정후가 제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후는 24일(한국시간) 기준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44경기에 나와 타율 0.252(286타수 72안타), 6홈런, 34타점, 4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24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지난 4월까지 타율 0.319를 기록했던 그는 지난달 0.231, 이달 0.161로 가파른 내림세를 보인다. 전날 보스턴 레드삭스전에는 5번 중견수로 나섰으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상대 투수들은 콘택트 능력이 강점인 이정후가 공략하기 어려운 바깥쪽 공으로 승부하는 일이 잦아졌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이정후의 타격감이 좋았던 지난 4월까지는 몸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포수 미트에 공이 꽂혔다. 5월 이후부터는 몸쪽으로 깊게 들어오는 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흐르거나 높은 공이 주를 이룬다.
지난 4월까지 23.2%였던 이정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이달 16.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그라운드볼 비율은 41.4%에서 46.4%로 높아졌다. 방망이에 잘 맞힌 타구가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타격 부진을 두고 “조금 서두르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심리적 부담을 문제로 거론한 것이다. 이정후가 공을 어떻게든 컨택해 팀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타격 밸런스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이정후는 25일부터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 3연전에 나선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휴식 부여, 타순 변화 등을 통해 이정후의 부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1~4번에 전진 배치했던 이정후를 하위 타순으로 내린 건 그의 부담을 덜려는 조치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