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대아교회에 부임한 지 8년 차가 된 남창원 목사는 지난해 6주간 안식월을 다녀왔다. 부교역자 없이 혼자 사역하는 남 목사가 강단을 비우는 건 큰 결심이었다. 후원자는 그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노회였다. 서울노회는 규칙에 목회자의 안식년(월)을 명문화하고 휴식을 권장하고 있으며 그처럼 홀로 사역하는 목회자를 위해서는 안식년 기간에 대신 설교하는 목회자의 사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남 목사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식월 기간 교회 인근에 계시는 은퇴 목사님께서 주일 설교를 해주셨고 교회 장로님들이 돌아가며 새벽예배를 맡아주셨다”면서 “노회 덕에 마음의 부담은 물론 재정적 부담도 덜 수 있었다. 안식월 이후엔 교회와 성도들에 대한 사랑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서울노회처럼 작은교회 목회자나 부교역자의 휴식을 보장하려는 교단과 교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노회는 2019년부터 안식년 제도를 도입했다. 규칙 제5조 6항에 ‘목사회원은 시무 6년 후 3개월 이상 안식년을 가지며 노회는 필요시 강단(주일 설교 강사와 사례)을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배요한 서울노회 목회지원실장은 “작은교회 목회자는 교회 강단을 비우기가 미안하고 또 대신 설교해줄 목회자의 사례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안식년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모든 목회자가 재충전의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노회가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가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에도 제도 활용이 가능하다. 순천노회 등 같은 교단 노회들도 ‘단독 목회자 안식월 제도’를 마련하는 등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 신길교회(이기용 목사)는 부교역자가 사역 6년을 마치면 한 달간 안식월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3명의 부교역자가 안식월을 사용했다. 교회 차원에서 격려금도 지원한다. 재작년 안식월을 받은 부교역자는 성지순례를 다녀왔고 올해 안식월 중인 부교역자는 전에 사역하던 캐나다 교회를 방문해 재충전하는 등 휴식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지난해 안식월을 마친 고상환 목사는 “4명의 자녀를 돌보느라 애썼던 아내에게 휴가를 주고 내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 기도원에 들어가 영성을 다지면서 다음 사역 계획을 세웠다”면서 “담임목사님이 목회자의 휴식을 강조하다 보니 성도들도 안식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 산본교회(이상갑 목사)도 지난해부터 부교역자 안식월 제도를 시행하고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옥성삼 생활여가연구소장은 “노회나 교회가 휴식을 갖기 힘든 이들을 배려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목회자들이 이 세상에서 천국 같은 휴식과 기쁨을 누리지 못하면 천국에 가서도 누릴 수 없다. 목회의 전 과정 중 안식과 휴식의 가치도 사역만큼이나 귀하다는 것을 알고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