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문성모 (24) 목회 내려놓고 은퇴… ‘찬송가 1000곡 봉헌’ 주님께 서원

입력 2025-06-26 03:06
문성모(오른쪽) 목사가 2022년 2월 경기도 군포제일교회에서 권태진 목사와 함께 찬송가 봉헌예배를 드리는 모습. 문 목사 제공

나는 2023년 3월 12일, 8년간의 목회를 내려놓고 은퇴하였다. 비록 70세가 되기 1년 전이었지만 목사 안수 40주년에 맞추어 조기 은퇴를 결심했다. 은퇴에 앞서 2022년 11월 20일 교회에서 마련해 준 ‘문성모 목사 성역 40주년 기념 성가 작곡 발표회’가 강남제일교회 글로리아홀에서 열렸다. 교회 성가대와 서울바하합창단이 출연해 내가 작곡한 성가 합창곡과 독창곡을 연주하고, 찬송가를 회중과 함께 불렀다. 국민일보를 비롯한 여러 교계 언론이 이 발표회를 취재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은퇴식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지 40년이 지나 오늘 은퇴합니다. 독일 유학 10년, 총장으로 14년, 목회자로 13년을 보내왔습니다. 은퇴 후에는 작곡가로서 찬송가 1000곡을 써서 하나님께 봉헌하겠습니다.” 이날 은퇴식에서는 은퇴기념문집 ‘신학으로 묻고 음악으로 답하다’와 ‘문성모 성가작곡집’이 발행됐다.

나는 2020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대에 남겨지는 것은 한국교회의 교인 수나 교회의 규모가 아닙니다. 한국교회가 어떤 문화를 남겼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후대에 물려줄 문화를 남기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찬송가 1000곡을 써서 봉헌하는 것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1차 신작 찬송가 봉헌예배’ 표지.

찬송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신앙 고백이자 교리의 표현이며 역사의식의 보고(寶庫)다. 찬송가에는 시대를 초월한 진리와 교리와 역사가 담겨 있어야 한다. 내가 찬송가 1000곡을 만들고자 함은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다. 한국교회 140년의 역사가 담긴 찬송가를 완성하고 싶은 것이다. 5음 음계를 써야 한국 찬송가가 아니다. 한국교회사가 반영돼야 하며, 길선주 목사로부터 한경직 목사에 이르기까지 교회 지도자들의 시가 찬송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삼일운동, 광복절, 6·25전쟁, 1907년 대부흥운동 등의 역사가 찬송가로 불릴 때 진정한 한국 찬송가가 완성된다. 이것을 독일교회 찬송가에서 배웠다. 독일 찬송가는 그 자체로 독일 교회사이며 독일 민족사인 것을 보고 부러웠다.

찬송가 작곡을 위해서는 좋은 가사를 써 줄 시인이 필요했고, 이를 문화적 가치로 인식하고 지원할 사람이 있어야 했다. 나는 기도하던 중 군포제일교회 권태진 목사님을 찾아가 이 일을 의논했고, 한국찬송가개발원을 개원하였다. 우선 권 목사님의 가사에 곡을 붙여 찬송가를 만들어 여러 차례 신작찬송가 봉헌예배를 드렸다. 이것을 묶어 ‘권태진 문성모 신작찬송가 100곡집’이 곧 나올 예정이다.

현재 내가 작곡한 찬송가 중 세 곡(48, 418, 556장)이 현행 찬송가에 수록됐다. 그 밖에 ‘대한성공회 성가’에 2곡, 미국 장로교 한영찬송가(Come Let Us Worship)에 2곡, 미국장로교 찬송가에 1곡, 일본복음교단 찬송가에 1곡 등 여러 외국 찬송가에도 수록돼 있다.

현재 400곡 가까이 찬송가를 썼다. 한 주에 한 곡씩을 목표로 나머지 600여 곡을 쓰려면 약 15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시리라 믿는다.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