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 반소매… 교회도 쿨비즈룩 ‘바람’

입력 2025-06-25 03:02
교인들이 때 이른 폭염 속에서 넥타이를 풀고 있다. 목회자와 장로, 찬양대원도 무거운 가운을 잠시 벗고 반소매로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권장하는 쿨비즈(cool biz) 복장이 교회에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가벼운 복장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전기 사용량까지 줄이는 교회들은 일석이조 효과도 얻는다.

부산 성민교회(홍융희 목사)는 해마다 6~9월 넉 달 동안 가벼운 복장으로 예배를 드린다. 이 기간에는 담임목사를 비롯한 모든 교역자와 교인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소매를 입는다. 여성 교인들도 한복 등 격식을 차린 복장에서 자유로워진다.

설교자와 찬양대원도 가운을 입지 않는다. 심지어 이 기간 담임목사도 교회학교 교사들이 입는 반소매 셔츠를 입고 설교단에 선다.

홍융희 목사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넥타이에서 자유로워지니 너무 시원한 데다 교회 분위기도 밝아진다"면서 "무엇보다 딱딱한 복장에서 오는 위계질서가 사라진 게 매우 좋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시온산교회(조순배 목사)와 서울 광진구 광현교회(한상욱 목사)도 노타이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사역자들도 반소매를 입고 근무한다.

노타이 캠페인은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과 동시에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8월 말까지 실내 에어컨 온도를 25~26도로 유지한다. 목양국장 박상모 목사는 "대다수 교인이 이 기간 자발적으로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교회(안영원 목사)도 마찬가지다. 김영준 부목사는 "노타이 캠페인 후 전력 소비를 14% 낮출 수 있게 됐다"며 반색했다.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김우준 목사)도 22일 주보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라 적정 실내온도를 조정하기에 노타이와 반소매로 예배에 참석해 달라"고 안내했다.

환경단체들은 교회들의 이런 캠페인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은 "지구와 다음세대를 위해 사계절 내내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미 서구교회 중엔 '제로 에너지'를 지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교회 건축이나 건물 운영 등에서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복합적 노력을 의미한다. 유 센터장은 "영국에는 '제로 에너지 교회'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도 교회 건축 단계부터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도입해 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창일 박윤서 이현성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