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쳤던 마가 진영 반응 엇갈려
“트럼프 옳았다” “노벨평화상 받아야”
“왜 우리가 이스라엘 대신 짐을 지나”
재차 ‘힘의 외교’ 땐 충돌 재발 관측
“트럼프 옳았다” “노벨평화상 받아야”
“왜 우리가 이스라엘 대신 짐을 지나”
재차 ‘힘의 외교’ 땐 충돌 재발 관측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3일(현지시간) 전격적인 휴전 선언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은 본인 지지 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 적잖은 분열의 불씨를 남겼다. 이민 단속을 비롯한 거의 모든 현안에서 뜻을 같이하며 트럼프를 지지했던 마가 진영이 이란 공습을 두고서는 내내 집안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외국 전쟁에 대한 불개입을 선언했던 트럼프가 중동의 화약고에 직접 뛰어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와 진짜 마가는 이란의 핵개발을 용납해선 안 되다는 반론이 충돌했다. 한목소리로 똘똘 뭉쳤던 마가의 주요 스피커들이 트럼프의 군사 작전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면서 향후 트럼프의 ‘힘을 통한 외교’ 추진 과정에서 또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진영의 유명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이날 엑스에 트럼프의 휴전 선언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트럼프가 우리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끌어들였다고 비난한 멍청한 인플루언서와 팟캐스터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적었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을 비판했던 마가 인사들을 겨냥한 글이다. 그는 “어떻게 (이란) 정권 교체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결국 트럼프가 옳았다”고 강조했다.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 찰리 커크도 엑스에 “트럼프는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며 “이란에는 핵무기가 없고 지상군 파병도 없고 미군도 죽지 않았다. 정권 교체도 전쟁도 없었다. 트럼프는 역사적인 마스터클래스”라고 적었다.
루머와 커크는 트럼프의 이란 공습을 내내 옹호했지만 모든 마가 스피커가 한목소리를 낸 것 아니었다. 트럼프 강성 지지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선거 공약으로 당선됐다. 우리는 ‘더 이상 외국 전쟁은 없다. 정권 교체는 없다’고 약속했다”며 이란 공습을 비판했다. 그는 이란 공습을 두고 “마가 운동에 대한 완전한 기만처럼 느껴진다”고 엑스에 적기도 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도 이란 공습을 옹호한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겨냥해 “그는 군산복합체에 충성한다”고 비난했다. 배넌은 트럼프의 이란 공습 발표 직후엔 “대통령은 왜 우리가 이스라엘 대신 무거운 짐을 지는 것처럼 보이는지에 대해 좀 더 깊은 설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법무장관 후보였다가 낙마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도 엑스에서 “모든 정권 교체 전쟁은 처음에는 인기가 있었지만 역사적 결과는 좋지 않았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게는 언제나 이란의 또 다른 산을 폭격할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논평가 캔디스 오웬스는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렸던 이란 공습 글에 대해 “완전히 정신 나간 글”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이란 공습 결정이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진영에 1억 달러를 기부한 친이스라엘 성향의 기업인 미리엄 아델슨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목소리가 큰 일부 마가 활동가들과 달리 대다수 마가 지지자들은 이번 미국의 이란 폭격을 지지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 참모였던 마크 티센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마가는 트럼프를 지지하고 고립주의를 거부해야 한다”며 “트럼프의 이란 공격을 두고 마가 내부에 분열은 없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지지층의 분노가 아니라, 소수이지만 시끄러운 고립주의 성향 극우 집단의 불평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마가 공화당원 90%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 미국 안보에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마가는 그동안 대외 정책과 관련해선 공화당 매파와 결이 달랐다.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강력한 역할을 요구하는 공화당 보수주의자와 달리 마가들은 남의 전쟁에 참전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이란 공습은 마가 진영 내부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던 사안이었다. 마가 주요 인사들끼리 인신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진영이 분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마가 진영의 집안싸움과 달리 공화당에선 대체로 이번 공습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트럼프가 휴전을 발표하자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정말 놀라운 성과다. 대통령이 모든 공을 받아야 한다”며 “이곳 의사당에서도 정말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팀 쉬히 의원은 “이것(이란 공습)은 전쟁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끝내는 것”이라며 “이란은 46년 동안 미국과 전쟁을 벌여왔다. 이란 국민이 일어나서 이 살인적인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전격적인 휴전을 선언하면서 마가 진영 내부의 싸움도 일시 휴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의 외교 정책 경로마다 ‘힘을 통한 개입’을 주장하는 이들과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이들의 충돌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둘러싼 지지층 내부 다툼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