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반출 논란 18년… 각국 “안보보다 뭣이 중헌디” 브레이크

입력 2025-06-25 00:08
게티이미지뱅크

구글이 국내 지도의 국외 반출을 18년 동안 3차례 요구한 것을 두고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제공하면 국가 안보 관련 우려가 커진다는 입장과 이용자 편의를 위해 지도 데이터를 제한적으로나마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중이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테이블에도 지도 반출 사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도 데이터를 둘러싼 논란이 재부상하는 양상이다.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은 2008년 구글맵의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지도 데이터 제공을 거듭 요청했지만, 당시 정부는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들어 반출을 허가하지 않았다. 구글 측은 그러나 2016년 2차 요구에 이어 지난 2월 또다시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지난 16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 대 1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구했다. 애플 역시 앞서 2023년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다가 정부 불허에 막힌 바 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4일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구글맵 고도화를 위한 것뿐 아니라 구글 자체 서비스와 연동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지도 데이터가 전쟁 등 유사 상황에서 정밀 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등 실제적인 군사 위협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도 데이터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한 위치 정보가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지도 데이터는 군사, 재난 대응, 인프라 관리 등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도 지도 반출을 꺼리게 하는 주요 사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드론 공격이 활발해진 것도 지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정밀 타격을 가능케 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공격용 드론으로 러시아군 상륙함을 격침하거나, 유도 포탄을 실어나르며 전쟁 수행의 주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각국은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정보 제공 차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구글맵으로 우크라이나의 비밀 군사 기지가 노출됐다며 구글 측에 항의했고, 러시아 법원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되는 주요 정유시설에 대한 온라인 검색 차단을 명령했다. 러시아 당국은 “정유시설 정보에 대한 공개적 접근이 가능해 적의 침입에 매우 취약해졌다”며 “이는 국가의 방위 능력을 약화하고 군에 대한 적시 납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도 미국 기업의 이스라엘 고해상도 위성 영상의 수집과 배포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도를 사용하려면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고덕 지도’나 ‘바이두 지도’를 써야 한다. 중국은 보안 시설을 흐릿하게 보이게 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도 관련 보안 조치를 하고 있다. 인도 역시 외국 기업들이 지도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인도 기업을 통하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지도 반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대표 발의한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기본측량성과를 국외로 반출할 경우 축척 2만5000분의 1 이하인 지도까지만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는 기업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건들을 명시해 국가 안보상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김 교수는 “공간정보는 단순한 길 찾기 도구를 넘어 국가안보, 치안, 군사전략, 재난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AI를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들이 결합하면서 공간정보가 단순한 지도 데이터 이상의 잠재적 신흥안보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미래의 안보 이슈를 고려해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