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전쟁 지형도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AI 자폭 드론이 실전에 투입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적을 스스로 식별하고 사살 여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AI 무기 체계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AI를 탑재한 무기 체계의 활용 범위가 확장하면서 전쟁 양상도 180도 변화하는 것이다.
24일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최근 조종수 없이 드론만으로 이뤄진 타격 팀이 러시아군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AI를 탑재한 신형 드론이 일정 거리에서 조종수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목표물을 타격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공격 성공률을 50% 미만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국 팔란티어의 AI 기술의 도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팔란티어의 AI가 내장된 ‘세이커(SAKER)’ 정찰 드론은 10㎞ 범위에서 군인과 탱크, 차 등을 식별하고 언제 어떤 무기로 공격할지 자체 선택할 수 있다.
자폭 드론의 성능도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드론이 자율 비행,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부로부터 무기 스타트업 안듀릴이 개발한 자폭 드론 ‘알티우스 600M’을 제공받아 실전에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차세대 모델은 장시간 동안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표적을 찾아낸 뒤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AI 기술을 갖춘 빅테크 기업들의 방산 분야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지난해 12월 안듀릴과 협업해 미군의 드론 방어 시스템에 AI 기술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듀릴은 “무인 드론과 기타 항공 장비의 공격으로부터 미군과 동맹군을 보호하는 국가 방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며 “치명적인 공중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대응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군사용 확장현실(XR) 기기를 개발 중이다. ‘이글아이’란 이름의 장비에는 병사들의 청각과 시각 능력을 향상하는 센서가 탑재된다. XR 기기를 착용하면 수㎞ 밖에서 날아오는 드론을 탐지하거나 숨겨진 목표물을 포착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메타는 지난 10년 동안 미래의 컴퓨팅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AI와 AR을 구축해 왔다”며 “국내외에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는 미군 장병들에게 이런 기술을 제공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