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46> 룻

입력 2025-06-24 03:07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오미의 품으로 이끄셨는지 몰라요
황금빛 보리밭에서 이삭을 줍던
나에게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가온 당신
당신의 옷자락이 덮어준 건
저의 수치와 눈물뿐만이 아니라
세찬 운명의 채찍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남루하고 헐벗은 인생이었지요
어머니 나오미의 품에서, 보아스 당신의 품으로
다시 여호와의 품에 안겨
구속사의 길을 내는 여인의 이름이 됐어요
어쩌면, 모압의 이방 제단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갔을
들풀과 같았던 나를
불멸의 서판에 별빛 이름으로 새겨주신 사랑
당신이 선택한 이름, 룻.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룻은 척박한 운명에 침몰해 가난하고 외로웠던 한 여인이 그가 가진 신실한 신앙과 시어머니에 대한 공경으로 새로운 축복의 길로 들어섰다는 담론의 주인공이다. 성경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학 텍스트이긴 하지만, 룻기는 거의 완벽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단편소설의 외양(外樣)을 보여준다. 룻은 다말 라합 밧세바 마리아와 더불어 마태복음에서 볼 수 있는 예수의 계보에 언급되는 5명의 여성 가운데 한 인물이다. 시인은 룻과 보아스의 만남이 여호와의 계획에 따라 예정돼 있었으며 은연중에 이 세기의 만남이 오늘의 우리에게 하나의 모범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는 룻을 화자로 보아스를 당신으로 하여 펼쳐진다. 아울러 시인은 진정을 다한 이 순수한 관계성을 두고 룻의 입을 빌려 ‘불멸의 서판에 별빛 이름으로 새겨주신 사랑’이란 해석을 덧붙인다. 동시에 그 배면에 언제나 신의 손길이 임재해 있음을 환기한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