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대(對)미국 철강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해 16%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시작된 미국의 관세 인상 충격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부터는 미국이 외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50%로 올린 상태라 하반기 수출 여건은 더욱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9000만 달러보다 16.3% 줄었다. 지난달 수출 단가는 t당 1295달러로 1년 전(1429달러)보다 9.4% 하락했다.
이는 국내 철강 업계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가를 낮추고 수출 물량을 유지한 결과로 해석된다. 철강 주문은 통상 2~3개월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이 3월에 발표한 ‘외국산 철강 25% 관세 부과’ 여파가 5월부터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대미 철강 수출량은 1월 21만7000t, 2월 24만2000t, 3월 25만t, 4월 24만8000t, 5월 25만2000t 등으로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수출 단가는 1~4월 t당 1500달러 안팎을 보이다가 지난달 들어 1295달러로 내려앉았다. 4월 대비 14% 이상 떨어진 것이다. 마진을 포기하고 단가를 조정해 수출 물량을 방어한 셈이다.
미국발 관세 충격은 하반기에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외국산 철강 관세가 50%로 인상된 만큼 하반기 대미 철강 수출이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국내 내수 부진과 세계적인 경기 둔화,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미국의 급격한 관세 인상은 업계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효과가 나타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 주요 철강 경쟁국보다 불리해지지 않도록 (정부 간) 협의를 해달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라며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특정 철강 품목으로 대미 수출을 강화하더라도 일단 모든 품목에 50%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관세 부담이 조금이라도 완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고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50% 관세는 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조치였고, 그 영향이 오는 8~9월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대미 협상과 시장 영향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