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 경북 구미 송정동의 33㎡(10평) 남짓한 매장에 ‘교촌통닭’이 문을 열었다. 세계 14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글로벌 K치킨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교촌치킨은 그렇게 시작했다. 34년이 지난 지금 교촌치킨의 시작점이 된 송정동 거리는 ‘교촌 1991로(路)’로 새롭게 태어났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와 구미시는 최근 구미 시외버스터미널부터 동아백화점 앞까지 이어지는 약 500m 구간에 ‘교촌 1991로’를 조성했다. 구미 최초의 ‘명예도로명’이다. 지난해 1월 구미시와 교촌에프앤비가 교촌통닭 1호점을 명소화해 지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결과다. 구미시와 교촌에프엔비는 교촌치킨 1호점을 ‘K치킨의 고향’으로 스토리텔링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9일 찾은 송정동 거리에는 교촌의 역사가 담긴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1호점 매장 앞에는 창업 초기 배달 차량이었던 소형차 프라이드가 실제의 절반 크기로 축소돼 전시됐다. 허니·간장·레드 등 대표 메뉴를 테마로 한 ‘소스로드’도 조성됐다. 달걀 모양의 버스 정류장과 붓 모양 조형물, 꿀이 흐르는 형상의 벤치는 지역 어르신들이 쉬어 가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풀로 덮여 방치됐던 공간은 ‘치맥공원’으로 탈바꿈해 주민들의 쉼터가 됐다. 교촌이 13억원, 구미시가 5억원을 투입한 거리 조성 사업에는 조형물 설치뿐 아니라 인근 아파트의 노후화된 계단과 공용화장실, 지하차도 조명 등 주변 환경 개선도 포함됐다.
거리의 중심엔 여전히 ‘교촌통닭 1호점’이 있다. 교촌치킨은 지난 1분기 기준 전국 1359개, 해외 83개 총 1442개의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매출은 지난해 4808억원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8% 올랐다. 2012년 매장을 인수해 운영해온 점주 김종성(53)씨는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처럼 구미의 교촌 1호점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감을 얻었다며 인터뷰를 요청해 오는 청년도 있었다”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거리가 조성된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구미시와 교촌에프앤비는 향후 ‘교촌 1991로’를 구미의 관광 명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구미의 산업 근대화 과정을 조망하는 ‘구미산업문화투어’의 정규 코스로 포함시켰다.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 팀장은 “1호점이 구미의 명소로 오래 자리 잡아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글·사진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