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출신·관행 허문 이재명표 장관 인사

입력 2025-06-23 18:55 수정 2025-06-23 23:53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와 배경훈 LG 인공지능(AI)연구원장을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가보훈부 장관에는 보수당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발탁했다. 민관의 차이와 이념 기준을 허문 이 대통령 특유의 실용주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3일 이들을 포함한 11명의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초대 내각 구성과 관련해 “중동분쟁 등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흐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청문 절차 등이 빠르게 진행돼 당면 위기에 내각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번 조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실용성을 앞세운 파격 인사다. 우선 네이버 출신의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이어 중량감 있는 기업인 출신을 대거 내각에 등용했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에서 라인과 네이버 웹툰 등 핵심 사업을 책임졌고, 배 후보자는 SK텔레콤을 거쳐 LG에서 AI 연구를 이끌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 의원은 5선 의원으로 의정활동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보낸 국방전문가다. 지난 64년간 장성 출신만 기용했던 전례를 깨뜨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 후보자가 군 개혁을 이끌고 계엄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됐고, 민주당 핵심 법안이었던 양곡법을 반대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예상을 깨고 유임됐다. 권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진영 타파의 의미가 있다고 여권은 설명했다. 강 실장은 “송 장관 유임은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정부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인선”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도 대거 내각에 기용됐다.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의원, 환경부 장관에 김성환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에 강선우 의원이 각각 지명됐다. 안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이번 인선의 절반 정도가 의원 입각이다.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현직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경우가 없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및 방위비 협상을 이끌어갈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이 지명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앉혔다.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에는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을 임명했다.

강 실장은 “실용과 효능감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철학에 따라 성과를 만들어 가는 행정부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각 후보자가 국익 외교, 한반도 긴장 완화, 군 개혁, 기후위기 준비, 북극항로 개척 등 분명한 임무를 부여받았기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