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부터 줄곧 출시를 예고했다 미뤄서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았던 사업을 10년 만에 선보인 거다. 그러나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의 안전성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사업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 완전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오랫동안 로보택시 테스트를 진행한 지역이다. FSD 시스템이 탑재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10여대가 투입됐다. 테슬라가 초청한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뒤 오는 28일부터 정액요금 4.2달러를 내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당초 계획은 완전 무인택시 사업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전성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조수석에 안전요원을 탑승시키기로 했다. 또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시장에 참전하면서 독보적 1위였던 구글 웨이모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1주에 25만건 이상의 유료 운행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인수한 죽스(Zoox)도 최근 로보택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에 연간 1만대 생산이 가능한 로보택시 공장을 세웠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달 테슬라에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서한을 보냈고, 답변을 검토 중이다. NHTSA는 테슬라 로보택시가 악천후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햇빛 반사·안개·먼지·비·눈 등으로 도로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FSD 작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를 조사 중이다.
테슬라는 카메라 8대를 통해 완전자율주행을 구현한다. 라이다 등 센서를 기반으로 한 웨이모의 자율주행 방식보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안전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카라 코클먼 오스틴 텍사스대 교통공학 교수는 “카메라에만 의존하는 테슬라의 시스템은 (날씨가 좋지 않아) 빛이 적은 상황에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던 프로젝트는 최근 자체 실험 결과 테슬라의 최신 FSD를 적용한 차량이 빨간불을 깜빡이며 정차 중인 스쿨버스를 그냥 지나친 뒤 도로에서 튀어나온 어린이 모형을 치었다고 전했다. 테슬라의 원격 모니터링을 믿으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필립 쿠프먼 카네기멜런대 공학 교수는 “10대 정도의 소규모 주행 테스트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신뢰할 수 없다”며 “100만대 규모에서는 결국 가장 나쁜 시점에 원격 연결이 끊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