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수위 낮추거나 추진 속도 조절할 이유 없어”

입력 2025-06-24 02:03 수정 2025-06-24 10:45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안의 범위는 이미 당론으로 정리가 됐다”면서 “수위를 낮추거나 추진 속도를 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민주당 당내 조직인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상법 개정안 수위를 낮추거나 추진 속도를 조절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내 조직인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하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수위·속도 조절 가능성에 대해 “상법 개정안 범위에 대해서는 이미 당론으로 정리가 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빠르게 처리한다고 밝힌 만큼 속도를 늦출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강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 초과 지분에 의결권 제한, 전자주주총회 도입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오 의원은 상법 개정안 처리를 늦춰서 안 되는 이유로 최근 불거진 롯데렌탈 매각 사례를 들었다. 호텔롯데는 지난 3월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롯데렌탈을 매각하면서 1조원이 넘는 프리미엄을 받았다. 동시에 롯데렌탈 이사회는 어피니티만을 대상으로 21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결과적으로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만 희석됐다.

오 의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후 상장,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등에 이어 지금도 일반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유예기간 없이 상법 개정안이 즉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의 이익을 침해받는 사례가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사회 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일반주주가 손해를 입었는데 상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던 야당에 대해 오 의원은 야당이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법 개정은 (윤석열정부) 금융위원회 업무 계획에도 포함됐던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가 로비를 받아 지난해 여름이 지나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얘기하며 ‘직을 걸겠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오 의원은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에 난색을 보인 재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오 의원은 “상법 개정 반대는 주주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우량주가 불량주가 돼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탈하는 기존의 행태를 반복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LG화학, 신성통상 등 사례에 대한 반성과 대안은 없이 무조건 못하겠다고 하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법이나 판례로 주주 이익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게 오 의원 설명이다. 지난 3월 금감원도 이사와 대주주의 주주 충실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서 제도나 법 해석 등으로 인정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지배구조 원칙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은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어 주주 이익을 침해받는 행동을 하지 않는데, 우리는 계속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 반대는) 염치없는 행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엔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오 의원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법안 등을 한 번에 모아 정기국회 때 처리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하반기 논의할 계획이다.

오 의원은 주가조작과 불공정거래 등 행위를 한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도 추진할 생각이다. 오 의원은 “범죄 수익만 몰수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조작에 개입된 돈 자체를 모두 몰수하는 등 적발되면 1원도 가져갈 수 없고 오히려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교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증시 부양책인 밸류업 프로그램도 공시 제도를 개선하는 등 보완할 계획이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