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중동 사태가 격화하면서 위기감이 커진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중동 상황을 고려한 상생 차원의 결정이다.
우선 중소기업을 위한 2조원 규모의 ‘유동성 신속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새로 출범한다. 기존부터 운영하던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 등 특판 대출도 한도를 종전보다 8조원 늘려 자금 공급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최대 2%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행복플러스 소호대출’ 등 특판 대출 한도를 1조3000억원 증액한다.
중소·중견 수출 기업을 위한 기존 금융 지원도 계속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체결한 7000억원 규모의 2차 패키지 우대금융 업무협약을 통해 수출 기업에 수출보증·보험료를 전액 지원하고 외국환 수수료와 환율에 대해서도 우대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2일 이호성 은행장 주재로 중동 사태에 대한 긴급 점검 회의를 열어 환율·유가·금리 변동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모니터링 강화 및 시장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튿날인 이날은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 은행장은 “이번 중동 사태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면서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들도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인 조처에 나설 수 있도록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정비하고, 국제 유가 급등 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기업 고객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