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내놓은 신작들이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연일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출시 직후 스팀 인기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판매량과 이용자 수 모두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며 K-게임의 달라진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팀은 밸브 코퍼레이션이 개발하고 운영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이다. 이곳의 인기 게임 상위권에 오른다는 것은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PC 게임 시장에서 상징성이 크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시프트업이 출시한 액션 어드벤처 ‘스텔라 블레이드’의 PC 버전은 출시 사흘 만에 100만장이 팔렸다. 스팀 기준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19만2078명을 기록했고 현재까지도 평균 약 10만명의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용자 반응도 뜨겁다. 3만6033건에 달하는 이용자 리뷰 중 93.96%가 긍정 평가를 남겨 최상위 등급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스팀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스텔라 블레이드는 PC·콘솔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넘겼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도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출시로 스팀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네오위즈는 지난 7일 ‘서머 게임 페스트’에서 ‘P의 거짓: 서곡’의 출시를 깜짝 발표했다. 이후 이 게임은 스팀 ‘최고 인기 게임’ 순위에서 국내 전체 부문과 글로벌 유료 부문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크래프톤이 지난 3월 내놓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게임은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버전만 일주일 만에 100만장 이상이 판매돼 자사 전체 지식재산권(IP) 중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을 썼다. 다른 국산 게임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속도다.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게임은 회사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017년 글로벌 대흥행을 기록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그랬다. 배틀그라운드는 1인칭 슈팅(FPS) 장르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크래프톤을 국내 대표 게임사로 자리매김하게 한 상징적인 작품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서비스 8년 차를 맞은 현재까지도 회사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간 실적 자체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매출 8742억원, 영업이익 4573억원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이 모든 성과는 배틀그라운드의 꾸준한 글로벌 흥행에서 비롯됐다.
하반기 국내 주요 게임사의 기대작들이 잇달아 스팀 출격을 앞두고 있다.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가 개발 중인 해양 생존 탐험 게임 ‘서브노티카2’를 연내 얼리 액세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7년간 개발해 온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을 연내 정식 출시한다.
이 외에도 넥슨의 PvPvE 생존 협동 게임 ‘아크 레이더스’, 넷마블의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 ‘일곱개의대죄: 오리진’,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 등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스팀 플랫폼에 차례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