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셀프주유소. 이른 시간이지만 주유기 양옆으로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 차량이 주유소로 미처 못 들어와 대로변까지 이어졌다. 직장인 이모(35)씨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 휘발유가 2000원을 넘어서 차를 끄는 게 고통스러웠다”며 “평소에 절반 정도 채우는데 언제 오를지 모르니 가득 주유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등으로 유가 폭등 우려가 커지자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주유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7.8원 오른 ℓ당 1635.5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7.6원 상승해 ℓ당 1498.2원이 됐다.
서울 중구 무학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마모(60)씨는 “전쟁 전후로 손님이 10~20% 늘어났다”며 “평소 기름이 하루에 110통(한 통에 200ℓ) 정도 나갔지만 최근엔 130여통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럭 운전사 장모(35)씨는 “운송사에서 기름값을 아직 ℓ당 1300원대로 책정한 상태라 운행할수록 마이너스”라며 “(기름이) 조금만 비어도 바로 채워넣고 있다”고 했다.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란 의회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주요 원유와 가스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국제유가는 더욱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수입 원유의 68%가 이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불안정한 중동 상황에 따른 유가 상승이 아직 초반인 만큼 국내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할 때 기름값 상승세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을 3주 정도 후행하는데, 전쟁 이후 현재까지 상승분만 해도 다음 달 중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부 등 국제정세 변동에 따라 상승 폭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조민아 김이현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