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앞으로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당장 드러나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통령의 강한 국정 전환 의지와 민간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실용주의 면모가 엿보인다.
우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16 쿠데타 이후 첫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기용이다. 군 출신 장관 주도로 12·3 계엄 사태가 빚어져 국방의 문민 통제 요구가 컸는데 이런 민심에 부응한 인사다.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것도 파격이다. 노무현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방북 경험이 있는 그를 재기용한 것은 꽉 막힌 남북 관계를 뚫어보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외교부 장관에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인 조현 전 유엔대사를 지명해 외교안보 정책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번 인선에선 민주당 현역 의원 출신이 유독 많다. 국방·통일장관에 더해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김성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강선우,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전재수 의원이 지명됐다. 앞서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강유정 대변인도 현역 의원이었다. 집권당 의원들의 국정 참여는 책임정치 구현과 함께 임기 초 국정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업무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선 낙하산 잔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발탁했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한성숙 네이버 고문을 지명했다. 앞서 임명된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네이버 출신 AI 전문가다. AI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이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시대에 탁월한 실력을 갖춘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 기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민관의 벽을 허무는 이런 인선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면 좋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전 정권이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켰다. 또 경북 안동에서 3선을 지낸 보수 정당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보훈부 장관에 지명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는 노동계 사정에 밝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명했다. 이 역시 진영이나 지역과 상관없이 업무의 연속성을 꾀하고, 통합과 소외계층 배려의 뜻이 담긴 것이겠지만 마찬가지로 실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인선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