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3주 만에 한국 경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만났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실용적 정책 기조, 경기부양 기대감이 맞물려 반등하던 경제 여건에 지정학적 암초가 돌출했다. 미국의 벙커버스터 공습 이후 이란의 반격 수위를 가늠하며 세계가 초조히 지켜보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국제 유가는 적색등이 켜졌다. 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논의되기도 전에 그 효과를 상쇄해버릴 수 있는 악재와 마주한 것이다. 국제 정세 불안감이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운 지금, 불안해하는 그 일이 아직 현실로 나타나기 전인 이 시간이 충격에 대비할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물론 국회와 일선 기업까지 총력을 기울여 대처해야 한다.
중동의 지정학 위험이 초래할 경제적 파장은 국제 유가를 정점으로 사슬처럼 얽혀 있다. 유가가 폭등하면 경제 활동을 둔화시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동시에 물가를 함께 끌어올리니 금리 인하로 대응키도 어려워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환율에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 유가(서부텍사스유 기준)가 지금의 배럴당 75달러에서 90달러로 오르면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로 뛸 전망인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단행하면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 130달러까지도 치솟을 거라고 한다. 세계 원유의 20%, 우리가 수입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이 이 해협을 지난다. 1970년대 오일 쇼크가 재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책의 초점은 당연히 유가 대응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석유 비축량을 최대한 늘리고, 유사시 원유 도입선을 확보하는 등 최악을 상정한 대책을 서둘러 실행해야 한다.
올해 한국 성장률을 많은 금융기관이 0%대로 전망했다. 최근 반전 흐름이 나타나며 1%대 전망치를 내놓는 기관이 등장하던 차에 터진 중동 사태는 성장과 후퇴 사이에서 우리 경제의 진로를 가름할 변수가 됐다. 추경의 신속한 처리와 집행을 비롯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때다.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 국내 기업의 원가 부담은 3% 가까이 뛴다고 한다. 무엇보다 기업이 힘을 잃지 않도록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