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민수(가명·32)씨는 뉴스를 볼 때마다 북한 정권의 도발 소식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박씨는 23일 “솔직히 북한 정권도 싫고 북한이탈주민도 뭔가 불편하다”며 “그들이 우리 국민이자 도와야 할 존재라는 걸 알지만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거리감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북한 정권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을 향한 인식이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5 대북인식조사’에 따르면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58%로 2023년(48%)보다 2년 새 10%포인트 높아졌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억압적(92%) 권위적(89%) 공격적(83%) 등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호감도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체제를 떠나 한국이나 제삼국으로 망명한 난민이자 우리 국민이지만 응답자들은 이들에 대해 평균 47.9도의 호감을 표시했다. 2023년엔 50.3도 2024년엔 48.6도 등으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올해 북한 주민에 대한 호감도는 36.9도로 북한이탈주민보다 더 낮았다. 호감도는 0에서 100도 사이에서 평소 느끼는 감정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호감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 단순 이념 문제를 넘어서 정치와 안보, 정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우선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별하지 않는 인식이 문제의 핵심이며 이를 바로잡는 것이 통일선교나 남북 화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헌법이나 군대에서 북한 정권을 적으로 보더라도 북한 주민은 우리가 품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의혁 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와 교회 안팎에서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북한이 적대적 발언을 이어가고 남북관계에서 건설적 담론이 실종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각박해져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고, 교회도 하나님의 관점으로 북한을 품고 기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잃어버려 이런 흐름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남북한이 서로 적대적 정책을 주고받으며 쌓아온 악순환의 고리를 교회가 끊어야 한다”며 “정권의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지만 교회는 현지 주민과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내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를 이어가고, 탈북민을 만나거나 사역자들과 교류하며 북한을 ‘사람 사는 곳’으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이 단순 취약계층이 아니라 ‘먼저 온 통일’로 보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주태 남북하나재단 이사장대행은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사회에서 잘 정착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곧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큰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며 “이들의 성공적 정착은 미래 남북 통합 정책의 실험장이자 사전 준비 단계로, 한국교회와 사회가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대행은 “당국 간 대화 통로가 막힌 지금 북한과 연결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가 바로 탈북민”이라며 “교회가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로 품고 정착을 돕는 한편 기도로 뒷받침할 때 남북 화해와 통일 선교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이 탈북민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언론의 사건·사고 기사로 접한다”며 “교회가 탈북민을 더 만나고 교류해 북한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성도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북민은 통일 선교와 화해 사역의 중요한 연결점이므로 교회가 적극적으로 품고 돕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