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중 관계의 외교적 지혜

입력 2025-06-24 00:32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대통령 취임 축하 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 회복 의지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올 연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초대했고, 이 기간 시 주석의 국빈 방한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 또한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중 관계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될까.

신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이다. 한·미 공조 수준에서 한·중 외교 협력 수준을 가늠해야 한다. 한국의 실용외교라는 전체 큰 그림 속에 중국의 좌표가 있다. 한국의 대중 정책은 한·미동맹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양 지도자의 우호적 교감 아래 한·중 관계 회복의 첫 단추는 이미 합의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의 복원이다. 2008년 수립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윤석열정부 동안 거의 중단됐고 대신 상호존중이 강조됐다. 시 주석의 연말 방한, 이 대통령의 방중이 실현되면 양국 동반자 관계의 격상도 고려할 수 있다. 당장엔 전략적 협력동반자 이름 그대로 ‘전략적 협력’을 해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는 한·중의 입장이 가장 비슷하며 한반도 비핵화에서 공통 이익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는 양국 모두의 이익이다. 경제통상은 최첨단 과학기술을 제외한 모든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타결은 즉각적 목표가 될 수 있다. 인적교류의 경우 언론, 청년, 지방, 문화교류를 전면적으로 전개한다.

전략적 협력을 원활하게 하는 방안으로는 우리의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간 대화, 통상·외교, 외교·국방 등 다양한 조합의 2+2 대화를 고려할 수 있다.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축적된 일반 국민의 반중 정서를 생각했을 때 민간 차원의 교류도 되살려야 한다. 덧붙여 양국 간 개념적, 언어적 소통이 필요하다. 실용외교의 ‘실용’은 중국에서 기회주의적 태도란 의미가 크다. 따라서 우리 외교를 소개할 때 ‘무실(務實)’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정부 이미지가 왜곡될 수 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표현도 중국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파트너란 의미가 강한데 한국에서는 안보·군사 협력도 가능한 파트너로 이해한다. 양국 협력의 한계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한·중 관계에 더 많은 확실성을 주입하고 올바른 궤도에 따라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 관점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 국면에서 실용정부의 등장은 양국 관계에 있어 협력 공간과 기회를 의미한다. 여러 제약에도 양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양국은 실용적으로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양국 관계의 외교적 지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