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우려에… 이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참석 안한다

입력 2025-06-22 19:01 수정 2025-06-23 00:1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 캘거리를 향하는 도중 공군 1호기에서 위성락(왼쪽) 국가안보실장,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인한 중동 분쟁의 확전 가능성과 중동발 경제 위협 요인, 국내외 통상·안보 문제 등 현안 대응이 급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은 나토 회의 이후 별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대통령은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인사의 대리 참석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간 나토 정상회의 참석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를 이어왔지만, 이날 오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안보·경제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공격이 한국의 안보·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도 본부·공관 합동 상황점검회의에 나서며 교민 안전 대책 등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과 이로 인한 중돌발 경제 리스크가 우리 주가나 유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있고, 중동의 우리 교민 안전 문제 등 나라 안팎이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이 모두 나라를 비우는 것에 대한 상당한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자외교 무대에 나가는 것보다 시급한 국내 현안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 불안이 동아시아의 긴장을 덩달아 고조시킬 수 있고, 이 대통령 부재시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도발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처럼 중동 문제 대응을 이유로 촉박한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더라도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정상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2시간 30분만 머무르고 돌아간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이른바 ‘트럼프 변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 이른바 ‘자주파’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반대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다자회의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 만남을 추진하려던 계획은 일단 틀어지게 됐다. 대통령실은 대신 별도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내달 이 대통령의 방미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승욱 이동환 최예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