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이라는 재계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간 성장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은 미국 관세 인상 등의 여파로 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2일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0%로 내다봤다. 상반기 성장률은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0.2%에 머물고, 하반기에는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며 1.8%로 반등할 거라는 분석이다.
한경연은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장기간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스트레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을 꼽았다.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올해 1.2%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임금 상승률 둔화,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건설 분야도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회복 동력이 현저히 약화돼 있어 올해 -3.8% 역성장이 예상됐다.
수출 부진 우려도 크다. 한경연은 올해 수출 증가율이 0%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미·중 통상 갈등 격화 등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품목의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와 철강은 25~50% 관세 부과로 수출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올해 경상수지를 전년 대비 100억 달러 감소한 890억 달러 흑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연의 이승석 책임연구위원은 “경기 반등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 국면 진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정부의 경기부양책 실행력과 한·미 통상협상 결과 등이 향후 경기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포함해 하반기 수출 부진이 상반기보다 심화될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 대비 0.6% 감소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3.8%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다. 무협이 전망한 올해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총 2.2% 감소한 6685억 달러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 둔화 속에서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등 주력 품목 수출 부진이 지속할 거라는 게 무협의 평가다. 무엇보다 상반기에 견고했던 반도체 수출도 하반기에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AI 산업 성장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는 유지되지만, 스마트폰 등 범용 IT 기기 수요가 줄고 메모리 단가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지상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대내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출 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AI, 모빌리티 서비스,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