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 주인공이 일본인?… K웹툰 ‘현지화’ 고심

입력 2025-06-23 02:16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본과 북미,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K웹툰이 ‘로컬라이징’(현지화) 수위 조절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웹툰 수출에서 현지화 전략은 흥행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지만, 과도한 현지화가 되레 역풍을 부르는 경우도 있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인기 웹툰 ‘이세계 착각 헌터’는 일본 진출 과정에서 국내 독자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작품은 지난 16일 일본 ‘라인 망가’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일본어판이 공개된 이후 국내 독자들은 주인공 ‘김기려’의 이름이 ‘키지마 레이지’가 된 데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기려의 주민등록증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상단 태극무늬가 일장기를 연상케 하는 문양으로 변경된 점도 지적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일제강점기 등 역사적 문제까지 언급하며 “작품 속 한국인 주인공 이름을 창씨개명하다니 말이 되냐”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국내에 들여오면서 한국 이름을 사용하는 일이 많은데, 수출을 위해 해당 국가에 맞는 이름 정도로 바꾸는 건 괜찮지 않냐”라는 의견도 나오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출판사 AB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7일 공지를 통해 “해당 장르에 대한 로컬라이즈 경험이 부족했다”며 “일본어판 연재를 잠정 중단하고, 일본 연재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웹툰의 경우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지화 재고 결정을 내렸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컬라이징을 아예 등한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모두 전담 인력을 두고 작품에 맞는 로컬라이징 수위와 방향을 검토한다. 피부색에 민감한 국가에서는 “피부가 하얗다”는 대사를 “피부가 곱다”로 바꾸고, 문화적 전유 논란을 막기 위해 백인 캐릭터의 레게 머리 표현을 수정하는 식이다. ‘템빨’ ‘이세계물’ 같이 한국 웹툰과 웹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은어나 압축어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해석한다.

최근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한국 문화 자체를 선호하는 해외 독자들도 생겨 등장인물 이름이나 작품 속 한국적 요소를 남겨두자는 의견도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수출의 경우 작가나 콘텐츠 제공자(CP)의 의견도 비중 있게 반영되는데, 로컬라이징을 최소화해보자는 선택지도 고려되고 있다”며 “작품 장르와 주제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로컬라이징 역시 선택지가 무수해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