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정기획위원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주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업무보고에서 부부·가족 단위로 소득세를 부과하는 세제개편 방향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자녀 가구에 월세 세액공제와 자녀세액공제 등을 확대하는 방안, 초등학교 저학년의 예체능 학원비에 교육비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보고됐다.
가족 친화적 소득세 체계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다. 현행 ‘개인 단위’ 소득세 과세표준 체계를 ‘가족 단위’로 바꿔 결혼과 출산에 따라 세제 혜택이 주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해외 모델은 ‘부부 단위’ 과세를 선택할 수 있는 미국 사례와 ‘자녀 포함 가족 단위’로 과표 구간을 산정하는 프랑스 사례다. 미국은 개인 또는 부부 단위 중에서 과표 체계를 선택할 수 있다. 부부 단위의 ‘2분 2승’ 모델을 적용하면 개인으로 할 때보다 과표 구간이 2배 정도로 확대돼 같은 소득이라도 세율이 낮아진다. 특히 ‘외벌이 가구’일수록 공제 혜택 등이 더 커지는 등 절세 효과도 더욱 증대된다.
프랑스식 ‘N분 N승’ 모델에선 더 과감한 세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가구 전체 소득을 가족 수에 연동되는 계수로 나눠 낮은 세율을 적용한 뒤, 다시 계수만큼 곱하는 방식으로 가족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1945년 도입된 이 제도는 프랑스의 출산율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세수 감소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식 부부 단위 2분 2승제에선 24조원, 프랑스식 N분 N승제에선 32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됐다. 세수 감소 충당을 위해 세율을 높일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단독가구도 설득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수 보전 방안이 제시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지난 13일 관련 심포지엄에서 “세율 인상 등 큰 세제개편이 필요하며 단독가구 등 세 부담이 증가하는 계층에 대한 설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조세의 중립성 측면에서는 현행 개인 단위 소득세 과세 체계가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식이든 프랑스식이든 현행 체계에서의 급격한 전환은 쉽지 않다”며 “다자녀 가구에 세금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하는 데 오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