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학의 도구, AI와 정밀의학

입력 2025-06-24 03:08

의학 기술은 오랫동안 진단을 보조하고 치료를 단순화하는 도구로 여겨졌다. 오늘날 인공지능(AI)과 정밀의학은 그 역할의 범주를 넘어 치료 전략 전체를 설계하는 주체가 됐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 같은 재생의학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 치료 시기와 방법, 성공 가능성에 관한 과학적 판단을 도와 재생의학이 더욱 정밀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이끈다.

AI는 진단을 넘어서 예측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은 무릎 관절 엑스레이 영상 4000여건을 기반으로 관절염 병기 분류 기준인 KL 등급을 자동 판독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전문 방사선과 의사와 유사한 정확도를 보이며 관절염의 단계별 진행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진단을 넘어 판단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곧 질병의 경과를 사전에 짐작하고 치료 개입 시점을 더 정밀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보행 영상을 AI로 분석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량과 보행 패턴을 계산하고 있다. 웨어러블 센서 없이도 신체 역학을 분석할 수 있어 관절 손상을 실제 영상으로 확인 전부터 그 위험도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제 AI는 질병의 경과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방향으로 의료 방식을 바꾸고 있다.

정밀의학 역시 줄기세포 치료에 결정적 전환점을 제공한다. 줄기세포의 생착과 분화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대사 상태, 면역 반응과 체내 염증 환경 등에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 교토대는 환자의 유전자 발현 패턴과 세포 수용체 상태를 분석해 줄기세포 치료의 반응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특정 유전형을 가진 환자군은 줄기세포의 생착률이 높고 연골 재생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 치료 효과를 미리 가늠하고 맞춤형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접근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의 선진 정밀의학 보폭을 뒤따르고 있다. 국내 한 연구소는 염증 마커인 CRP와 IL-6 등의 지표를 치료 전 분석 후 줄기세포 치료의 반응 가능성과 부작용 위험을 사전에 예측한다. 염증 수치가 높은 환자에겐 항염증 약제를 병합 투여해 세포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식이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동일한 줄기세포를 사용하더라도 치료 성공률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들 기술이 단독으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반 바이오 기업인 셀리노 바이오테크(Cellino Biotech)는 줄기세포의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세포의 품질과 분화 가능성을 예측한 뒤 고품질 세포만을 정밀하게 선별해 배양하는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줄기세포 치료의 일관성을 높이고, 세포 치료의 산업화와 표준화를 앞당기고 있다.

또한 국내 한 줄기세포기술연구소는 환자의 나이와 관절 손상 정도, 혈액 및 조직 상태, 과거 치료 이력 등을 종합 분석해 줄기세포 치료의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수치화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 모델은 환자와 의료진이 치료 여부를 결정할 때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임상적 판단을 보조하는 데이터 기반의 진료 전략으로 실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술이 치료의 보조가 아니라 설계자가 된 전환을 보여준다. 과거엔 질병이 진행된 후 치료를 시작했고, 정해진 틀 안에서 동일하게 치료했다. 오늘날의 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시점을 선택하고 방법을 설계하며,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정교하고 고비용의 치료에서는 이런 예측과 맞춤 설계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제 AI는 하나님이 설계한 복잡한 생체 데이터를 수치화하고 분석하는 겸손한 탐구의 도구가 되고, 정밀의학은 그 안에 담긴 생명의 원리를 해석하는 언어가 됐다. 기술은 치료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다. 그 힘은 환자에게 막연한 기대가 아닌 명확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우리는 그 선택의 문턱에 서 있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