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줄기 전에… 가계대출 하루 2000억씩 늘어난다

입력 2025-06-22 18:50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000억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분 지난해 8~9월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 속도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까지 활기를 띠면서 대출 수요가 들끓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3조9937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증가 폭은 2102억원으로 역대 최대의 ‘영끌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해 7월(2312억원)과 비슷한 액수다.

증가 속도가 이대로 유지될 경우 이달 말까지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은 약 6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증가 폭(4조996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금융권 전체로 확대하면 이달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8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나타난 부동산 상승 기대감과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몰린 ‘대출 막차 수요’가 가계대출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9일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593조6616억원) 대비 2조9885억원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3000 고지’를 돌파한 코스피도 가계대출 급증세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보다 1조882억원 증가했는데 상당액이 증시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평균 증가액은 573억원으로 지난달 일평균(265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금융 당국은 지난 16일과 19일 각각 은행권과 상호금융 대출 담당자들을 소집해 본격적인 대출 관리에 돌입했다. 은행들도 우대금리 조건을 강화하거나 주담대 만기 기간을 단축하는 등 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최근 진행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과 정책대출까지 확대하는 규제 강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책에도 대출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당초 연내 1~2차례 추가 인하가 유력했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은행연합회 정례이사회 이후 열리는 만찬에서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다시 한번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전망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