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문 열자” 기도회… 보훈 음악회… 6·25를 되새기다

입력 2025-06-23 03:00
6·25전쟁 발발 75주년, 분단 80년을 맞은 올해 한국교회가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와 통일을 향한 간절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곳곳의 교회들이 보훈 음악회부터 통일 기도회까지 다양한 형태로 6·25의 의미를 되새기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한목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복음으로 하나 되는 통일 한반도를 꿈꾸며 구체적 실천을 이어가는 한국교회의 사역을 짚어본다.

소강석(앞줄 가운데) 목사와 김종대 서광수 서정열 이철휘 장로가 22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흰색 모자를 쓴 참전용사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용인=신석현 포토그래퍼

“주님이 홀로 가신 그 길, 나도 따라가오.”

6·25전쟁 75주년을 사흘 앞둔 22일 서울 중구 한맹교회(권호섭 목사) 예배당. 한국기독교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고성선 목사)가 주최한 ‘나라사랑 기도회’의 특별찬송 순서에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시온찬양대원들이 나섰다. 대원들의 손끝이 점자 악보 위를 분주히 오가자 CCM ‘사명’의 첫 소절이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보이지 않는 악보를 믿음의 손길로 읽어내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예용범 일산제일교회 목사는 설교를 통해 탈북민 사역과 중국 국경 지역의 경험을 나눴다. 예 목사는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실질적인 섬김으로 다가갈 때 복음의 문이 열린다”면서 “오늘 우리가 드리는 이 기도가 6·25와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행동의 시작이 되게 하자”고 전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윤분순(73)씨는 “시각장애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기근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곳에도 주님의 복음이 전해져 평화 통일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6·25전쟁 및 분단 80년의 교훈을 되새기며 추모와 다짐, 기도의 자리로 성도들을 이끌고 있다. 자유와 평화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며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하나 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흰색 모자와 참전용사 제복을 입은 노병들이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로 들어서는 순간, 양옆으로 늘어선 교회학교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19년째 참전용사들을 기억하는 새에덴교회는 이날 200여명의 노병과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훈 음악회를 개최했다. 소강석 목사는 준비된 설교 대신 장군 출신 김종대 서정열 이철휘 장로를 비롯해 서광수 장로회장과 함께 6·25 참전용사들에게 큰절을 했다.

서울 상동교회(이성조 목사)도 같은 날 6·25 참전 교우를 격려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참전 당시 16세 학도병이었던 김교식(92) 권사는 “6·25전쟁을 모르는 세대들에게 이러한 사건을 일깨워준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한국교회가 참전용사를 기억해주는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중랑구교구협의회(회장 이창식 목사)는 지난 20일 관내 참전용사 75명을 초청해 백미를 전달했고,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도 지난 19일 제16회 6·25 남침 한국전쟁 참전용사 위로 및 감사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교회는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는 이날을 북한 선교주일로 지키며 탈북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 공동 기도문 발표, 북한 음식 시식 체험 부스를 마련해 성도들이 북한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소망교회(김경진 목사)는 21일 특별강연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알리고 북한 선교의 필요성을 나눴다.

경산중앙교회 성도들이 북녘 사람들의 사진을 관람하는 모습. 경산중앙교회 제공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는 지난 14일부터 ‘북녘 사람들이 어찌 사느냐 물으신다면’이라는 주제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다. 교회 북한선교부 최종진 목사는 “막연한 기도가 아닌 이들의 인생 구석구석을 놓고 기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인=장창일 기자 singforyou@kmib.co.kr 김용현 박윤서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