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관저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대통령실이나 관저로 초청해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때 차담 회동이 마지막이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다 돼 만난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마지막 회동이 됐다. 그간 우리 정치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굴러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 대통령이 취임 18일 만에 야당 지도부를 서둘러 초청하고, 야당도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흔쾌히 응해 회동이 조기에 성사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회동의 형식과 의제를 둘러싼 볼썽사나운 힘겨루기도 없었다.
회동에선 공감을 이룬 것도 있고 입장만 개진하고 끝난 사안도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자 야당 지도부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가져가려는 대통령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외교와 안보는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고 화답한 장면은 근래 우리 정치권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는 대선 때 나온 여야의 공통 공약 이행 문제와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조기에 극복해야 할 필요성 등에도 공감했다.
반면 야당 지도부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문제가 많다고 잇따라 지적했지만 이 대통령은 “청문회 때 본인 해명을 지켜보자”고 답했다. 또 공석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가져가려는 것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 대통령은 “국회 안에서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야당이 제기한 요구들 가운데 속 시원히 받아들여진 게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첫 회동에서 야당이 할 말을 다 하고 대통령이 경청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전 정권 때 야당이라면 만나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던 대통령이나 대화보다 힘자랑만 앞세우던 야당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제 이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 소통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어제 회동에서 다음 만남의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자주 보자”는 데에 공감한 만큼 국회가 막히고, 소통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만남을 정례화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자주 만나 대화하다 보면 협치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도 더 이상 수적 우위만 내세우지 말고 야당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고, 경우에 따라 상임위 배분 등에서 통 큰 양보를 할 필요도 있다. 여야 대치로 국회가 또 시끄러워지면 이재명정부 연착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