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합법적 표적”… 이란 전면전 택하나

입력 2025-06-22 18:26 수정 2025-06-23 00:11
사진=EPA연합뉴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에 미국이 직접 뛰어들면서 이란은 ‘전면전이냐, 타협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보복을 선택하면 초강대국 미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고, 협상에 나서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체제의 통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이란은 미군으로부터 포르도 등 핵시설 3곳을 공습당한 22일(현지시간·미 동부시간 기준 21일 오후) 첫 번째 군사적 대응으로 이스라엘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만 중동 내 미군기지 타격에 즉각 나서지는 않았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유엔 헌장과 국제법,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위반했다”며 “유엔 헌장 및 자위권을 허용하는 (국제법) 조항에 따라 이란은 주권과 이익, 국민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메네이도 미군의 핵시설 공격에 대한 입장을 즉각 내놓지 않았다. 지난 18일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이란 국민이 항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것임을 명심하라”며 미국 개입 시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하메네이의 기조에 따라 이란 국영 IRIB방송 진행자는 이날 미군의 공습을 당한 직후 뉴스에서 중동 내 미군기지 배치도 화면을 배경으로 “이제 모든 미국 군인과 시민은 합법적 표적이 됐다. 당신들이 시작했고 우리가 끝내겠다”며 자국민의 항전 의지를 고취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가 오랫동안 침묵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핵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나서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란이 미군기지를 공격한다면 이스라엘과 미사일 공방을 주고받던 것이 미국과의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CNN은 “트럼프가 이날 공습으로 이란의 핵 야망을 효과적으로 끝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