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나이가 들면 도덕적인 이야기나 훌륭한 이야기 쪽으로 전환하는 작가가 많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재미를 추구할 겁니다. 젊은 독자들이 ‘이 늙은 작가는 어쩜 이렇게 바보 같은 이야기를 썼나’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61·사진)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신간 ‘죽은 자는 입이 있다’(황금가지)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재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이전에 미스터리 팬으로서 깨달은 점은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을 느낄 때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라면서 “독자가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기고, 작품 속 인물을 자기 자신인 것처럼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2001년 ‘13계단’으로 일본 추리문학계 신인상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그는 2011년 이민족 간 학살문제를 다룬 ‘제노사이드’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에겐 현실 문제를 파헤치는 ‘사회파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는 “사회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소설을 쓰진 않는다”며 “이야기에 자연스레 사회 문제가 따라붙게 돼 다루게 된다면 전력을 다해서 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출간작은 10대 시절부터 쓴 단편 중 여섯 편을 추린 단편 소설집이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출간됐다. 그는 “한국 분들을 만나면 왠지 처음 만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뭔가 공통점이 있는 사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