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통상 협상… “줄라이 패키지에 얽매이지 않겠다”

입력 2025-06-23 00:34
한미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들어 첫 대미(對美) 관세 협상에 나선 정부가 ‘줄라이 패키지(7월 포괄 합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줄라이 패키지’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인 다음 달 8일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민감품목을 포함한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폐지 및 유예 협의안을 포괄적으로 타결하자는 지난 정부의 협상 로드맵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미국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줄라이 패키지라는 말은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미국 내 상황도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가변적이어서 7월 초의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협상을 지향할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지금부터는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에 방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협상을 가속화해 호혜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겠다는 선의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으니 이 기세를 몰아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여 본부장을 대표로 통상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27일까지 워싱턴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협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협상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우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한다”고 밝혔다.

소고기 월령 제한 폐지,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 미국 측이 문제 삼은 비관세장벽을 논의할 기술협의에 대해 여 본부장은 “여러 부분이 상세히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두 차례 실무 기술협의를 통해 관련 쟁점을 조율해왔다.

여 본부장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공장으로의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미 정부 방침에 대해선 “미 상무부나 USTR, 백악관 쪽과 접촉해 충분히 우리 업계의 우려 사항을 전달하고 건설적으로 협의할 부분이 있는지 최대한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